(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이 가결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관련 충당금이 중소형 증권사의 1분기 실적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열린 총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정부가 마련한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이 가결됐다.

이 채무 재조정안은 2019년 4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총 1조3천500억원에 대해 50%는 주식으로 바꿔 받고(출자전환),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주는 내용이다.

대우조선은 기업어음(CP) 보유 채권자들에 대해서도 만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대우조선해양 익스포져는 총 1천352억원이다. 하이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400억원을 갖고 있고, 하나금융투자(300억원), 유안타증권(241억원), KB증권(211억원), 동부증권(200억원) 순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내달 중순 분기보고서 제출 전까지 대우조선해양 관련 충당금을 인식해야 한다.

회사채와 CP 등 보유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미 1분기에 보유 회사채 절반만큼을 충당금으로 인식한 곳도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며 "출자전환 받은 주식의 가치가 얼마 안 될 것으로 보여 보유 회사채의 절반만큼을 미리 충당금으로 쌓았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채무재조정안이 통과됐으므로 적정한 수준을 1분기 재무제표에 인식할 것"이라면서 "다만, 출자전환 주식 가치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충당금 인식 규모는 향후 처리 방안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유가증권 평가손익으로 잡히는데, 외부 채권평가기관이 산정한 회사채 적정 가치에 따라 1분기에 회사채 평가손익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증권사 1분기 실적이 대형사 위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우조선 익스포져가 중소형사들에 쏠려있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증권사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는 이유가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늘어나고, 채권 금리 하락으로 채권 평가손실 부담이 사라진 것 때문이다. 그런데 ELS 발행 많이 하고, 보유 채권 많은 곳이 주로 대형사라 중소형사 수익은 개선 요인이 많지 않다. 이 와중에 대우조선 악재까지 터져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jy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