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금호타이어가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의 더블스타의 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더블스타는 2~3개월 안에 협상을 매듭짓고 인수 후 통합(PMI)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속적으로 더블스타에 '금호' 브랜드 사용을 거부할 수 있어 인수전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 금호타이어 매각작업 속도…더블스타도 박차

1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내부적으로 2개월 정도면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블스타와 매각 실무를 담당하는 산업은행은 이달 24일부터 금호타이어의 세부 사항을 조율할 계획이다.

더블스타의 법률자문사인 태평양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기업결합심사 관련 서류 준비도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은 한 달이면 따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미 인수가(價) 9천55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955억원을 지난 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때 산업은행에 지급했다. 계약서의 세부 사항을 조정하고 잔금은 오는 20일을 기준으로 3개월 안에 보내면 된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잡음'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을 활용해 PMI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낮은 가동률을 보이는 중국 공장의 정상화에 방점을 뒀다. 중국 공장만 정상화한다면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낸 금호타이어의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금호타이어와 시너지를 낼 만한 다른 기업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는 현재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대부분 최종 보유자가 중국 정부인 투자자가 이 펀드에 돈을 댔다.

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무난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채권단도 금호타이어를 1조원에 매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더블스타와 협상에 우호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상표권 등 잠재변수 여전…향후 매각작업에 변수

그러나 더블스타의 이런 생각이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으로 상표권 문제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달 9일 송고한 '금호타이어 매각 제동…상표권 변수 급부상' 기사 참고)

더블스타는 '금호' 브랜드를 의무적으로 5년 쓰고, 추가로 15년 더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더블스타는 이를 반영해 금호타이어를 인수가로 약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은 이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일 금호산업이 상표권 대여로 금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실추 가능성을 거론한다면 더블스타는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과거 씨티그룹이 씨티캐피탈을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매각할 때도 상표권을 쓰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씨티'를 아무 상품에 붙여서 팔면 씨티그룹의 브랜드 하락 가능성을 염려해서다.

이런 사례를 제시한다면 '박 회장 개인을 위해 금호산업이 브랜드 사용료를 포기했다'는 의혹을 잠재울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매년 매출의 0.2%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금호산업에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 가운데 금호타이어 지분율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은 더블스타와 거래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선 이후의 반전을 고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서 금호타이어 매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치 이슈가 금호타이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겠지만, 금호타이어 매각을 담당하는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의 영향 아래에 있다. 금호타이어는 방산기업으로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도 필요하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도 거쳐야 한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이미 금호타이어 매각이 불공정하다며 성명을 낸 바 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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