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6월 8일 조기총선을 요청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파운드화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메이 총리의 깜짝 발표 이후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급등한 가운데, 향후 이대로 강세 흐름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8일 파운드-달러 환율은 한때 1.29달러를 넘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 10월 중순 이후 갇혀있던 1.20~1.27달러 범위를 단숨에 벗어났다.

도이체방크는 조기총선 요청에 대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과 파운드화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이 총리의 발표 후 파운드 가치가 급등한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하드 브렉시트보다 시장과 경제에 더 친화적인 소프트 브렉시트 형태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브렉시트 회의론자와 소속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를 모두 눌러 브렉시트 협상 권한을 높이기 위해서로 분석되고 있다.

BNY멜론은 조기총선으로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이 안정된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다음 총선 시기도 2020년에서 2022년으로 미뤄지게 됐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미쓰비시UFJ의 데렉 할페니 외환 전략가도 브렉시트를 반대해 온 노동당과 브렉시트 강경파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파운드-달러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파운드-달러 환율이 1.32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조기총선 그 자체가 불확실 요인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슈로더의 데이비드 도허티 영국 주식 펀드 매니저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겼다며, 조기총선이 작년 브렉시트 투표의 재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애버딘에셋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애시 투자 매니저는 보수당 의석 증가가 그대로 메이 총리의 협상력 확대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파운드 급등이 그동안 쌓였던 매도(숏) 포지션 정리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애시 매니저는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요청이 일부 은행에 오래된 파운드 포지션을 바꿀 변명거리가 됐다고 판단했다.

국립호주은행(NAB)의 닉 파슨스 리서치 헤드는 최근 몇 주간 파운드화 가치가 상승했음에도 일부 투자자들이 파운드 숏 포지션을 고집해왔다며, 이번 기회로 숏커버링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노무라도 매도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던 파운드 포지션이 중립으로 되돌려지면서 파운드화가 급등했다고 판단했다.

노무라는 조기총선에도 단일시장 접근권을 확보하는 소프트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파운드-달러 오름세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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