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존슨, 화이자, 푸조가 유럽은행에 자금 대여

-기업 레포거래 25%로 껑충



(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유로존 재정위기로 은행의 전통적인 역할마저 뒤바뀌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악화함에 따라 은행간 자금거래가 얼어붙자 기업에 대출을 해주던 유럽계 은행들이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 상황까지 도달한 것이다.

CNBC가 9일(현지시간) 존슨앤존슨과 화이자, 푸조가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로 자금난을 겪는 유럽 은행권에 단기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은행간 독점적으로 자금 거래가 이뤄졌던 레포 시장에 기업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 시장 참가자는 한 주요 지역에서 기업이 은행에 대출을 해주는 거래가 전체 레포 거래의 2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기업들이 레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은행권에 수십억유로를 쏟아부었으나 은행들은 서로에 대한 대출을 꺼리면서 다시 ECB 계좌에 대부분의 자금을 비축해 놓고 있다.

ECB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들은 지난 6일 기준 ECB 하루짜리 예금 창구에 4천635억6천500만유로를 예치했다. 이는 전날의 4천552억9천900만유로보다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고치다.

ECB의 초단기 예금은 작년 8월 후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유로존 은행들이 잉여 자금을 다른 은행들에 빌려주기보다 안전 투자처인 ECB에 예치하길 선호하기 때문이다.

벨기에 청산거래소 유로클리어에서 레포거래를 감독하는 프랭크 레이스는 "과거에 기업들이 은행 이자 수익을 위해 무담보로 자금을 빌려줬지만, 이젠 기업들이 담보를 받고 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레포거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포거래란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일정기간 자금을 조달하거나 또는 자금을 담보로 유가증권을 차입하는 거래를 말한다.

레이스는 유럽계 은행들이 서로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는 반면, 은행권과 레포거래를 하는 유럽 대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매우 크고 자금이 충분하다.

영국의 글로벌 석유회사 BP나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이 그 예로, 이 기업들은 각각 200억유로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유럽계 기업들이 지난해 중순 기준 약 8천720억유로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3자간 레포 시장 규모는 22.3% 늘어났다.

ICMA 조사를 집계한 리차드 코모토는 "3자간 레포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유럽 은행권은 성장하고 있지 않다"며 "특히 법인 회계담당자들 사이에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CA의 9월 조사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럽 레포 시장 규모는 6조2천억유로였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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