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지난해 주식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던 한미약품 사태 이후 공매도에 대한 경계 심리가 높아졌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이 공매도에 이용되는 주식대여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여전히 주식대여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시행했다.이후 지난 14일 컴투스가 처음으로 과열 종목에 지정됐다. 새 제도가 시행된 후 2주간 지정 사례가 없으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열 종목에 지정되려면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 20% 이상(코스닥 15%), 공매도 비중이 직전 40거래일 평균 대비 2배 이상 증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이런 탓에 공매도 비중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주가가 5% 이상 하락하지 않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 사례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감이 높아짐에 따라 거래소는 물론 기업들과 증권사들의 발 빠른 조치도 이어졌다. 최근 신라젠은 공매도 피해를 막기 위해 주주들에게 주식대여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대여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는 증권사로 주식을 이관하는 움직임도 일자 동부증권 등은 '주식대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주식대여 서비스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다. 헤지펀드 등이 인기를 끌며 숏 전략을 펼치기 위한 대차거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개인들을 상대로 주식대여 서비스 가입을 꾸준히 독려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주식대여 수수료 수익이 직전 연도 대비 8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키움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증권사의 주식대여 잔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이 외국계 증권사들과의 주식대여 거래를 통해 쏠쏠한 이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차풀이 큰 증권사들은 여러 외국계 증권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행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다른 관계자는 "공매도에 있어 개인과 기관투자자 사이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의 반발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개인의 공매도 접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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