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메리츠종금증권이 리테일 지점 영업직을 중심으로 최소 3개월까지 계약 단위를 축소했다. 작년 리테일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실적이 크게 부진한 데 따라 계약 단위를 더욱 단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 지점 영업 계약직원 중 일부에 3개월 단위의 계약 방침을 통보했다. 작년까지 최소 계약 단위가 6개월이었지만, 올해 들어 최소 단위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일반 증권사들은 본사와 지점 영업 계약직을 보통 1년 단위로 고용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업계 경력이 짧은 주니어급 브로커에도 3개월 단위의 계약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에 주니어급 직원이 많이 들어간 것은 이전까지의 커리어보다는 입사 이후에 실력을 쌓아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업무 경험이 길지 않는 이들에게 3개월 단위의 계약은 난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연말 기준 전체 임직원이 1천502명으로, 최근 2년간 500명 가까이 되는 인력을 늘렸다. 이들 인력의 상당수는 지점 영업직으로, 리테일 거점 점포 등이 자리를 잡으며 인력 수혈이 대폭 진행됐다.

회사는 영업직을 모두 계약직으로 돌리고, 임금 체계는 인센티브 비율을 업계 최고로 끌어올렸다.

최희문 대표의 인재 영입 욕심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주주총회 등을 통해 "금융은 사람이 전부다. 자본이나 자산규모보다 넘칠 정도로 인재를 확보하겠다"라고 공언해왔다.

다만, 최근 본격화된 리테일부문의 실적 부진에 인재 육성의 관점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리테일 실적은 작년 적자로 돌아섰다. 순영업수익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증시 거래 침체 등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소수의 일부 지점을 제외하고는 연말로 갈수록 수익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인력을 공격적으로 뽑는 메리츠의 기조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인력 유출입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됐다"며 "올해 들어 리테일 부문에 대한 회사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력이 짧은 브로커까지 3개월 만에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약정 실적 등에서 2개월 이내에 가시적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의 한 직원은 "관련 업무 경험이 많지 않은 주니어급 브로커 일부가 올해 들어 계약 기간이 짧아지며 동요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일정 수준 성장하기를 기대했던 주니어들이 당장의 실적 압박에 직면한 것"이라고 전했다.

메리츠증권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업계에서 가장 짧은 편이다.

작년 말 기준 본사 영업과 지점 등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3년에 그쳤고 전체 직원의 근속 연수도 4년을 겨우 넘겼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할 때 연초부터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메리츠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올해 들어 더욱 짧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