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은행의 잔여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을 두고 우리은행과 금융당국, 예금보험공사 사이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예보의 잔여지분(21.37%) 매각을 서두르는 우리은행과 달리 당국과 예보는 섣부른 판단은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과 잔여지분 매각에 대해 논의했다.

공식적인 정례회의가 아닌 간담회였던 만큼 이날 공자위는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 시기와 방법, 최근 시장 동향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지분 매각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이견이 많았다. 지주사 전환 전과 후에 각각 일괄 매각하는 방안과 일부 잔여지분을 선매각한 뒤 지주사 전환 후에 재매각에 나서는 방안 등 세 가지 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이나 지분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공자위도 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며 "큰 그림에서 방향은 맞지만, 아직은 주가가 좀 더 올라야 하는 단계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시선을 의식한 듯 우리은행은 당초 연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던 우리은행은 내년으로 지주사 전환 계획을 다소 연기했다.

하지만 예보가 보유한 잔여지분 지분 매각을 매각하겠다는 우리은행의 의지는 남다르다.

우리은행은 전일 지난 1분기 6천37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이후 최대치이자 당초 시장의 예상치를 1천억 원 넘게 웃돈 결과였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1분기 성적표를 들고 다음 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지역 다수의 연기금을 직접 만난다. 해외 IR를 통해 잠재 투자자의 지분 매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서다.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도 상승했다.

전일 우리은행은 장중 1만4천25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미 예보가 가진 콜옵션(2.97%) 행사가격(1만3천866원)은 넘어섰다. 1999년 4월 12일에 기록한 역대 최고가(1만5천500원)를 넘어서는 것도 머지않았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현재 가장 높은 목표가는 유안타증권이 제시한 2만 원이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할수록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은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게 당국과 예보의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필요한 일이지만 단기 업적보단 우리은행이 민간 시장에서 리딩뱅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라는 시각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도 잔여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지분 매수 의향이 진지하게 있는 투자자를 만날 때 해외 IR도 의미가 있다"며 "방향은 맞지만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에 대한) 방법과 시기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21일 열릴 이사회에 앞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과 지분 매각 등을 둘러싼 최근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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