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집단대출 규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주택업계가 대립 전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금융규제 완화와 가계부채 증가가 연관이 없다는 금융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대선 이후 신규 주택공급이 대폭 증가될 예정이어서 화해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됐다.

20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동안 숨죽이던 신규 주택공급물량이 다음달 대선을 기점으로 일제히 증가한다.

부동산시장분석업체인 부동산인포는 다음달 민간 일반아파트 분양물량이 3만1천554가구라고 공개했다. 이달 분양물량 1만3천610가구의 두 배가 넘는 물량이다.

공공분양과 임대공급을 모두 합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부동산114는 다음달 주택 신규공급물량이 5만9천686가구로 올해 최대라고 제시했다. 6월이 5만1천421가구로 뒤를 이을 예정이어서 두달동안 공급물량이 10만가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상반기 분양이 급증한 데에는 대통령 탄핵과 이에 따른 조기 대선, 5월 황금연휴 등으로 분양 일정이 조정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집단대출 규제 등으로 신규 분양자의 금융조달 여건이 악화됐다는 사실이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분양한 사업장 52곳 중 지난달까지 집단대출(중도금) 대출협약을 체결한 곳은 15곳에 불과했다. 3곳은 대출을 거부당했고 34곳이 협의 중인데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가 내부적으로 조사한 자료에도 지난 3월까지 중도금 납부일이 도래한 254개 사업장 중 34개 사업장 1만4천122가구가 중도금 대출은행을 선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분양사업장에서도 중도금 납입연기, 지연이자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분양물량이 늘어나면 금융여건은 더욱 나빠진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고위 관계자가 가계부채증가와 금융규제완화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전일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최근 2년간의 가계대출 증가는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합리화 조치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2015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는 LTV나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거나 오히려 강화된 부문이 주도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점차 완화할 것"이라며 부동산 버블이나 집값의 급격한 조정이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LTV, DTI 등 금융규제를 복원해야 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반박인 셈인데 이는 주택업계가 주장하는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

주택업계는 가격의 급등락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금융규제는 오히려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 규모를 볼 때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에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며 "주택공급, 도시정비, 도시재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집단대출 속성을 고려한 주택금융공급이 가능한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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