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차주 요청 시 주택경매 최대 1년 유예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실직자와 폐업자의 가계대출 원금상환이 최장 3년까지 유예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고객이 심사를 통해 1년간 법원의 경매 신청을 유예하고 채권매각을 금지하는 길도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연체 차주의 원금상환과 담보권 실행 유예 제도를 담은 '가계대출 차주 연체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연체 전 경보시스템 구축…상환 3년간 유예

우선 금융위는 가계대출 차주가 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선보일 '가계대출 119'는 전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을 포괄한 경보체계다.

차주의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떨어지거나 전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건수가 3건 이상이면 연체 우려자로 분류해 이용 가능한 지원제도를 안내하는 게 핵심이다.

대표적인 지원제도가 원금상환 유예다.

비자발적인 실직이나 폐업, 상속인의 사망과 질병으로 채무 상환이 어려움을 입증하면 두 번의 연장을 포함해 최장 3년간 원금상환이 유예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억 원 이하 1주택을 소유한 사람만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20년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기로 했다면 원금상환을 유예한 3년간 이자만 내다 이후부터 원리금을 함께 갚아, 총 23년의 상환 기간을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 기준으로 추산되는 연체차주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7만6천명 정도다.

금융위는 이를 전체 은행으로 확대해 77만명에 달하는 연체차주가 잠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밖에 금융회사가 차주의 소득과 주소지 등을 주기적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만기가 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차주가 스스로 정보를 갱신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체 후 차주보호 강화…경매 1년 유예

이미 연체가 발생한 차주에 대한 보호 노력도 한층 강화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가 연체 차주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해선 반드시 차주와 한 번 이상 상담하고, 구체적인 담보권 실행 시기와 차주가 이용할 수 있는 채무조정 제도를 안내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차주라면 신용복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담보권 실행을 최대 1년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중산층 이하 주택 실소유층을 위한 지원인 만큼 지원 요건이 까다롭다.

주택담보대출 연체 기간이 30일 초과한 사람 중 6억 원 이하 하나의 주택을 소유하고, 부부 합산 소득이 7천만 원 이하인 경우만 가능하다.

이들은 주택매각과 채무조정 신청을 통해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상환 계획을 마련해 신복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 금융회사로부터 금액 기준으로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다만 경매가 이미 시작됐거나 개인회생, 파산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는 제외된다.

KB국민은행 기준으로 6억원 이하 주택 한 채를 소유한 대출자 중 30일 이상 연체한 차주는 2만명 정도다. 전체 은행으로 확대할 경우 8만7천명 정도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차주가 법원 경매에 비해 유리한 가격으로 주택을 매각하여 채무를 조기에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담보물 매매 종합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금융위는 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이들 제도를 우선 시행하고, 보험과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전사도 최대한 빨리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서민층 차주에 대한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금융회사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고객층을 확대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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