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금융위 주간업무회의에 정적이 가득해졌다.

가끔은 웃음이, 가끔은 설전이, 때론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호통이 있었던 회의지만,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방청객이 많아진 다음부터다.

그간 주요 과장급 이상이 참석하던 금융위 주간업무회의는 올해부터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형으로 전환됐다.

통상 주간업무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은 30여 명 정도. 모든 직원에게 공개됐지만, 물리적인 제약을 고려해 국별로 2~3명의 사무관이 돌아가며 참여한다.

덕분에 지난해 갓 사무관이 된 직원들도 회의에 들어가 임 위원장을 마주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연말께 임 위원장은 주간업무회의에 변화를 주문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며 회의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주간업무회의는 공개형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남다른 속뜻도 있었다.

당시 금융위 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유례없는 사기 저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 이후 공무원 대부분이 무력감에 시달렸다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며 정부 부처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수록 금융위 직원들의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해졌다.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정부 조직 개편안에는 금융위 조직을 흡수 합병하는 가능성이 포함돼있어 조직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1급과 국장급이 직원 다독이기에 나섰지만, 조직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주간업무회의가 공개형으로 변화한 데는 흔들리는 직원들을 다잡기 위한 선배들의 마음도 포함됐다. 자신이 참여하는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금융위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직접 체험해 보라는 뜻에서다.

하지만 공개형 주간업무회의가 진행된 지 넉 달째인 지금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더 늘었다.

방청객이 늘어난 탓에 국장급의 회의 준비는 강도가 세졌고, 자연스레 아래 직원들의 일도 늘었다.

회의시간 임 위원장의 호통이 사라져 좋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만큼 치열한 토론도 없어졌다. 형식적인 보고, 정형화된 회의시간에 책상 아래만 보고 있는 참석자가 늘었다.

업무회의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금융위의 남다른 조직 문화를 되살리긴 어려웠는지 모른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21일 "정부 부처로는 200명 겨우 넘는 작은 조직이 남다른 업무량과 일에 대한 열정, 투서 없는 문화로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강했는데 지금은 예전의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며 "공개형으로 전환된 회의도 이제는 주말이 왔음을 알려주는 일정에 불과해졌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