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도입한 '가족과 함께하는 날' 제도 시행을 앞두고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직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재부는 월 1회 조기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오는 28일부터 시행한다. 앞서 일부 정부부처가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데 이어 다른 기관들도 순차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 동안 두 시간 더 일하는 대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가족과 함께하는 날의 취지다.

민원을 담당하는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기재부 소속 공무원들도 유연 근무 계획서를 제출하고 다음 주말 준비에 분주하다.

해당 정책을 발굴한 주무 부처로서 제도 정착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 국장급 인사는 "국장급들과 차관 만찬이 애초 28일 계획됐었는데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중으로 미뤄졌다"며 "부서마다 행사나 회식 일정도 그 날은 다 피해서 잡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애초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고려한 제도라지만 더 나아가 일·가정 조화를 이루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행 취지가 일반에 더욱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제도가 1주 평균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1주나 1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선택근무제라고 설명한다. 동일 근무시간을 각자가 안배하는 유연근무제의 한 형태다.

문제는 유연근무제 자체가 어색하기만 한 국내 노동 환경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이 300인 이상 대기업 중 53.0%에 그쳤다.

100~299인 업체는 27.3%, 30~99인 25.9%, 10~29인 15.1%, 5~9인 12.0%로 사업 규모가 작을 수록 틀에 박힌 근무 형태를 택한 셈이다.

더욱이 추가 근로시간과 관련한 수당 체계가 비합리적이거나 기본 급여가 부족한 탓에 스스로 노동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당장 정부부처 안에서도 과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초과근무수당이라는 개념 조차 명확치 않은 실정이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사실 과장급은 초과근무를 밥 먹다시피 해도 초과근무수당이라는 게 없다"며 "유연 근무 신청은 그냥 표시한 날짜에 컴퓨터 로그인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노동시간과 급여의 상관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번에 노동 효율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 고민이 향후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노동문화 등과 관련한 논의에까지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도 제도 시행 초기 "공무원이나 가능한 얘기"라는 일반의 따가운 눈총은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과거 공직사회부터 주 6일 근무에서 5일 근무로 전환할 당시에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산업계의 극심한 반발을 산 기억도 있다. 명절에 토·일요일이나 공휴일과 겹치는 날을 대체휴일로 지정키로 했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확대 등 공직사회가 근로환경 개선을 선도해왔다는 측면에서 이번 파일럿프로그램도 유연근무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노동 환경을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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