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이전에 따른 핵심 운용역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태일 채권운용실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기금본부 실장 자리 중 3개가 공석으로 남아 '560조' 국민연금의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안 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 실장은 기금본부 채권 운용 업무를 약 13년간 맡아와 국민연금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280조에 달하는 국내 채권 자금을 굴리는 채권운용실장 자리가 비면서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급한 불이었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 건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채권 '컨트롤타워'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560조원 가량을 굴리는 기금본부는 운용전략실, 주식운용실, 채권운용실, 대체투자실, 해외증권실, 해외대체실, 운용지원실 등 7개의 실과 리스크관리센터로 구성되는데, 이 중 해외증권실장과 해외대체실장, 채권운용실장 등 3자리가 공석이 됐다.

이처럼 핵심운용역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 때문이다.

기금본부는 지난 2월 전주 혁신도시로 자리를 옮겼는데, 지리적 장벽과 인프라 부족으로 기금본부 내의 운용역들이 계속 떠나고 있다. 전주 이전이 결정되고 작년 기금본부를 그만두거나 퇴사 예정인 인력은 지난 2015년 10명의 약 3배인 30여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기금본부는 30여명의 투자 전문인력을 채용 중이지만, 안 실장과 같이 전문분야에 잔뼈가 굵은 운용역을 당장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금 오죽하면 전주에 일자리를 구하러 내려가겠느냐며 기금본부 역량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운용역 임금 상승 등을 당근으로 제시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최근 '최순실 사태'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 등의 이슈로 기금본부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운용역들이 운용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 사기가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본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달리 과거부터 사명감을 가지고 기금본부에 있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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