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협이 부실기업의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재작년에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같은 요구를 했던 신협은 대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탓에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을 어느 때보다 강화하고 있는 당국의 문턱을 또다시 넘지 못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신협의 기업 관련 대출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손충당금은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준 대출을 받지 못한 경우를 대비해 금융회사가 미리 쌓아두는 예비비다.

통상 대손충당금은 여신의 연체 기간 등에 따라 건전성을 분류,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이때 고정 이하 여신은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간주한다.

은행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기업대출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정상 0.85%, 요주의 7%,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 손실 100%로 적용해왔다.

하지만 신협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정상 1%, 요주의 10%, 고정 20%, 회수의문 55%, 추정 손실 100%를 적용한다. 요주의와 회수의문으로 자산 건전성이 분류된 기업대출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각각 3%포인트와 5%포인트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셈이다.

이에 신협은 상호금융의 특성상 시중은행보다 대손충당금을 더 쌓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서민금융의 대표기관인 신협이 출자금으로 운영하는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임을 고려하면 은행보다도 많은 충당금을 쌓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신협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에 따라 조합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달라진다"며 "영세한 조합 성격을 고려하면 가계부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법인 대출까지 숨통이 트이지 않아 상호금융은 더 어려워질것"고 말했다.

당국의 입장은 반대다.

서민금융인 만큼 기업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측면에서 은행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논리다. 시중은행보다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능력이나 전문 인력도 부족해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을 경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호금융의 특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여신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며 "상호금융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강화는 지난 2011년 정부의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이 발표된 이후 꾸준히 진행되고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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