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롯데그룹이 투영한 경영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지주사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최종 마무리단계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공시한 대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경영권 분쟁과 재판, 대선 이후 정세 등 다양한 변수가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주요 계열사 합병 분할 가시화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등 4개의 계열사는 지난 1월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물적분할 또는 인적분할 등 분할 이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설립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물적분할 보다는 인적분할의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계열사별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를 전환한다면 분할의 방식은 물적분할 보다는 인적분할의 가능성이 크다"며 "계열사들이 동시에 보유한 투자회사 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적분할 후 4개 투자회사가 하나의 지주사로 합병되는 과정이 발생한다면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가진 롯데제과 롯데쇼핑이 중요한 위치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계열사별 상황이 다른 만큼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지배구조개편은 지배력 강화 외에도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에 있다는 점에서 인적분할, 물적분할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롯데쇼핑은 해외법인의 부담, 높은 차입금, 이자비용, 비효율적인 지분관리, 내부사업 운영이 고질적 약점이었지만 지주사 개편 과정에서 이와 같은 문제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쇼핑은 지난 2015년에 중국 영업권 가치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장부상으로 3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보며 2006년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따라 롯데마트의 영업이 중지된 가운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누적 손실액은 1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 재판 넘어야 할 암초 산재

최종적으로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완성하기까지는 다양한 대내외 악재를 극복해야 할 전망이다.

우선, 현재 롯데그룹의 경영을 책임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의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월 하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나의 이사 복귀 안건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5년부터 세 차례의 롯데홀딩스 표결에서는 모두 신동빈 회장이 완승했지만, 신동빈 롯데 회장이 작년과 올해 경영비리,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 결과 두 차례 기소되며 재판에 넘겨지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실제 표 대결에서 신 부회장이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지만,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만큼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는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호텔롯데의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도 부담이다.

애초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 통한 지주사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검찰의 비자금 조사로 무산됐다. 이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이익의 90% 이상을 면세점 사업부에 의지하는 호텔롯데의 특징상 조기 상장의 꿈은 물거품 됐다.

특히,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70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 회장의 뇌물죄가 확정되면 서울 잠실면세점(월드타워점)의 특허(영업권) 역시 최소 될 수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없는 만큼 지주사 전환 역시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사안이 복잡한 만큼 명확한 전망은 어렵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은 점점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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