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KB국민카드가 금융당국의 카드론 등 가계대출 억제 방침과 달리 1.4분기 가계대출을 큰 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분기 가계대출이 6% 가량 늘어 금융당국이 올해 상한으로 설정한 연간 7%에 육박했다.

윤웅원 사장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연초부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라는 암초에 제대로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올해 남은 세 분기 영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첫 분기에 대출 6% 늘린 KB…연간 할당량 육박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올해 1.4분기에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를 지난해말 대비 5.8%가량 늘렸다.

카드론이 3천135억원(7.3%) 늘어 지난 분기 말 약 4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서비스는 27억원 가량 늘어난 1조1천810억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이 5조7천808억원으로 확대됐다.

KB국민카드의 1.4분기 카드론 등 대출 증가 규모는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두드러진다.

신한카드는 이 기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합한 대출금액이 지난해 말보다 1%가량 줄어들었다.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7조5천710억원에서 7조5천100억원 가량으로 줄었다. 카드론이 120억 늘었지만, 현금서비스가 73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합한 잔액이 2조7천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말 2조3천550억원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자산을 보유했던 데서 올해 3월말에는 2조3천780억원으로 23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1% 정도다.

은행 계열의 다른 카드사들이 대출을 소폭 확대하거나, 오히려 줄인 가운데 KB국민카드만 큰 폭으로 관련 자산을 늘린 셈이다.

특히 6%에 가까운 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이 올해 카드업계에 요구한 대출 관련 자산 증가율 상한선인 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윤 사장 '드라이브' 역풍…향후 영업 차질 우려

카드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의 영업 확대 시점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도입이 절묘하게 엇갈리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진단했다.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2015년보다 약 11% 감소한 3천17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윤 사장의 취임 첫해인 지난해는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는 시기로 실적에 크게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말을 앞두고 가시적인 실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이후 신용판매는 취급액을 늘려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핀테크 등 신사업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KB국민카드는 이에 따라 연초부터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카드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주 회장의 및 사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계열사 전반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KB국민카드 대출 자산도 당국의 억제 방침이 발표되기 이전인 1~2월에 이미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충당금 추가 적립 등 각종 규제안을 쏟아내며 3금융권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어기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KB국민카드의 영업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의 추가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만기가 짧은 현금서비스를 먼저 줄이는 방식 등으로 당국 가이드라인을 맞춰가며 제한적으로 대출 영업을 이어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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