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의 총차입금이 1년 새 3배 폭증했다. 이에 따라 유동비율이 100%를 밑도는 등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하림홀딩스의 자회사 엔에스쇼핑과 손자회사인 하림산업이 4천500억원 규모의 양재동 부지를 매입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하림홀딩스가 자회사를 끌어들여 무리하게 부지를 매입해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 하림홀딩스, 유동비율 87%…재무구조 '빨간불'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림홀딩스의 총차입금은 4천508억9천916만원으로 전년(1천490억5천270만원)보다 3배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단·장기 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 사채 등을 합한 금액이다. 단기차입금은 2015년 1천119억6천438만원에서 지난해 1천30억3천500만원으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유동성장기차입금은 100억9천777만원에서 427억333만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장기차입금도 269억9천55만원에서 1천256억9천560만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0원'이었던 유동성 사채와 사채는 각각 498억9천679만원, 1천295억6천844만원이 됐다.

이에 따라 이자비용도 증가했다. 작년 이자비용은 93억9천369만원으로 전년(48억9천113만원)보다 약 2배 증가했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5년 2천870억509만원에서 작년 1천354억934만원으로 반토막이 됐다.

하림홀딩스의 재무구조는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3천724억3천900만원인 반면,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3천247억3천360만원이다. 유동비율은 87%로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더 많은 상태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대출받을 때, 은행이나 투자자가 기업의 대출상환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다. 통상 200% 이상이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 손자회사 하림산업의 양재동 부지매입 여파

1년 새 하림홀딩스의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손자회사인 하림산업이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파이시티)를 매입하는 데 4천500억여 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하림산업은 양재동 소재의 토지를 4천525억원에 매입했다. 향후 하림그룹은 이곳을 물류·유통·첨단산업 융복합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도시 물류,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가 증가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림산업이 양재동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아니다. 작년 기준 하림산업의 자산 규모는 4천744억1천142만원에 불과하다. 하림산업은 모회사인 엔에스쇼핑(하림홀딩스 자회사)을 대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2차례 진행해 부지 매입비용을 마련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엔에스쇼핑은 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어 부동산 개발과 연관성이 적다"며 "때문에 하림산업이 부지를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하림산업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금액은 4천800억원이다. 엔에스쇼핑은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 보유자금과 사채(1천800억원), 금융권 차입(1천300억원)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엔에스쇼핑의 순현금 구조는 순차입 구조로 전환됐다. 이는 모회사인 하림홀딩스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하림그룹의 양재동 부지매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에스쇼핑의 투자는 홈쇼핑 본업보다 하림홀딩스의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며 "부동산 매입에 따른 재산세 30억원, 토지보유세 70억원 등 세금공과금 100억원이 반영되면서 엔에스쇼핑의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재동 부지매입 비용으로 엔에스쇼핑의 실적 부진이 우려된다"며 "엔에스쇼핑의 영업이익보다 규모가 큰 개발을 진행해 통상적 비용마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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