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정당 마린 르펜과 결선에 진출하게 되면서 금융시장이 안도하고 있지만 향후 주식 매수·국채 매도 거래, 이른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되레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1차 투표에서 르펜이 5%포인트 이상 마크롱을 따돌리지 않으면 결선에서 르펜이 불리할 것이라는 게 기존의 전망이라며, 아직 결과가 유동적이긴 해도 마크롱의 우세로 굳어지지 않겠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유럽연합(EU) 해체라는 '테일 리스크(꼬리 위험)'를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문은 이 안도감 때문에 시장이 조건반사적으로 '주식 매수·유로화 매수·독일 국채 매도(금리 상승)'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이미 24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유로화 가치는 한때 1.09달러대를 넘어 5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이와 같은 상승세의 지속성에는 의구심을 가지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문은 마크롱이 내건 경제 정책이 '재정 슬림화'라는데 주목했다. 마크롱은 법인세 감세와 공공투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한편으로 공무원 감축 등으로 5년간 600억 유로의 세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유로존 규정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불만이 강함에도 마크롱이 세출 삭감을 내건 것은 "고령화 진행으로 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와 같은 긴축 노선은 시장에 디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닛케이 지수가 V자로 반등한 작년 6월 23일 브렉시트 투표나 11월 8일 미국 대선 때와는 반대로 일단 주식 매수세가 나온 이후 이 매수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예일대 로버트 쉴러 교수가 산출한 미 주가의 경기순환 조정 후 PER(주가수익비율)이 29배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 과열 양상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6월 프랑스 총선 결과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보수·혁신 공존 정권(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 경우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 수행 능력이 저하돼 유럽연합(EU)의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당분간 주춤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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