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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34년차 금융통' 임승태 "경제 봄날 왔다고 방심하면 안돼"
    정선영 기자  |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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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4.24  14: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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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태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우리 경제에 봄날이 왔지만 계속 봄날일지는 알 수 없다. 온기가 돌 때 구조조정을 해야지 방심하고 있다가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을 두루 경험한 임승태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의 충고다.

    최근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고 한은과 국책연구기관 등이 잇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임 위원장은 "봄기운에 마냥 취해 있어서는 안된다"며 일침을 놨다.

    1979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34년 간 금융시장을 지키고 있는 '금융통' 임 위원장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는 기업 구조조정 시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발생하는 법적 절차 이전에 합의를 시도하는 마지막 조율 기구다.

    오랫동안 금융시장에 몸 담으면서 각종 분쟁을 경험해 본 그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의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스피드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목표가 보이지 않을 때는 천천히 가더라도 큰 그림과 방향이 맞아야 한다"는 원칙과 소신을 강조했다.



    다음은 임승태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의 일문일답.

    -- 최근 우리 경제의 여러 지표들이 호전됐다.

    ▲작년만 해도 구조적 장기침체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안좋았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확장정책에 대한 기대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고양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얼마나 갈 지 알 수 없다.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봤지만 내년 전망은 엇갈린다. 한은은 계속 좋을 것으로, KDI는 안좋을 것으로 본다.

    봄날이 와서 온기가 돌 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방심하면 나중에 더 크게 해야 한다. 고용문제, 소비 침체, 이력 효과에 유의해야 한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으면 몇년 후 회복돼도 노하우를 잊어버린다. 재취업해도 생산성이 예전같지 않다. 봄기운 도는 것을 즐길 때가 아니라 어떻게 산업구조를 개편할지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한은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큰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축소다. 예전에 테이퍼 탠트럼을 경험했는데 그 부작용이 어디까지 올지가 관건이다. 자산축소를 언제 시작할지, 규모와 방법은 어떻게 할지 다 문제다. 가보지 않은 길이다. 미국의 자산축소는 미국이 장기 균형금리가 약 3%인데 미국 금리가 절반 수준은 돼야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미국 금리수준인 연 0.5∼0.75%에서 1.5% 가려면 올해 말보다 내년초 정도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한은의 금리인상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 금리 파급경로 약해졌기에 당초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금리 내릴 때와 금리를 올릴 때의 효과가 비대칭적일 수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다. 금리 차이로 외자가 유출되는 단계가 돼야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다. 자금이 더 이상 견딜수 없는 시점이 돼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원 시절 금리 인상이 쉽지 않았을 듯 싶다.

    ▲금리 파급 경로가 약해진 만큼 통화정책을 새롭게 봐야할 것이다. 방법을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금리 외의 다른 툴을 개발한다든지, 보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예전처럼 금리가 효과를 내지 못하니 금리정책을 보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은도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까 싶다.

    --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를 무엇으로 보나.

    ▲우선은 가계부채다. 구조적인 리스크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LTV, DTI를 일찍이 도입해서 은행이 컨트롤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문제는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제약이다. 고령화, 저출산 문제에 따른 인구절벽 해법을 봐야 한다.

    또 주목할 점은 소득불평등지수 확대다. 소득불평등 문제는 전세계적인 고민거리다. 돈을 뿌릴수록 심화된다.

    산업의 성장동력 약화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수출이 잘되는건 이미 해놓은 걸로 먹고 사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신기술에 투자한 결과가 아니다. 새 정부가 산업 성장동력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정부는 이에 너무 소홀했다. 그게 지금까지 회복이 안되고 있다. 조선산업 부실의 뿌리는 해양플랜트에 과도하게 투자한 것이다.

    구조조정 지연도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다음으로 올해말에 성동조선이 문제가 된다는 말도 나온다. 성동조선도 구조조정 해야 할 때 안했기 때문이다. 산업경쟁력 극복이 시급하다. 2011년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경기 사이클은 없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없고 쭉 밑으로 내려간다. 방향을 잘못잡으면 이렇게 된다.

    또 물적 투자의 성숙화도 유의해야 한다. 이미 공장, 도로, 항만, 철도 등 고정자산에 많이 투자돼있다. 한은이 OECD와 비행장, 항만 등 가격 계산해보니 GDP대비 3.16~3.18배 수준. 이 비율은 선진국들은 3배대에 수렴된다.

    개발도상국은 조금만 더해도 수익이 나지만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3배를 넘었기에 물적 투자를 더해야 하는 단계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방에 내려가면 도로 잘 닦여있지만 차가 없다. 투자의 소비화가 진행된 것이다. 부가가치가 안나니 돈쓰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투자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해야 한다.

    -- 가계부채 문제 해법은.

    ▲가계부채는 절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가계부채 문제는 암같은 존재라고 보면 된다. 수술해서 바로 떼어내려면 갑자기 악화될수도 있다. 최선은 암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공생하는 것이다. 조금씩 체질을 강화시키고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경제가 견디지 못한다. 성장률을 높이고, 기본 베이스가 넓어지면 부채는 저절로 줄어든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9%에 달하는데 10년 정도에 걸쳐 차근차근 줄여나가야 한다. 가계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를 이루는 중대축이다.

    -- 최근 구조조정 현안 중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가 중간에서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을 제시해주는 일을 하려 한다. 강제적인 수법으로는 할 수 없다. 형평에 어긋난다. 재무적인 검토부터 사업 전망, 기술적 장단점 등이 조사돼야 하고, 시장가격 차이도 보며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표준화, 정형화되면 점점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인 만큼 기대가 크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메리트를 줘야 할 것이다. 잘하는 은행은 KPI평점 산정이나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시에 혜택을 줄 필요도 있다.

    --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고 하셨는데 느낀 점은.

    ▲아베노믹스의 공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굉장히 많지만 배워야 할 점도 많다고 본다. 바로 큰 구도를 갖고 일관성있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새 정부도 큰 그림을 갖고 추진해 줬으면 한다. 임기중 성과도 있지만 중장기 플랜이기 때문에 성과가 안나는 부분이 있겠지만 재임 5년 동안 완성하려 하지 말고, 큰 틀을 세워주는 것이 국가적으로 큰 기여가 아닐까 생각한다. 천천히 가도 좋은데 방향이 맞아야 한다

    -- 좌우명이나 취미가 있다면.

    ▲그런게 어디있나. 즐겁게, 품위있게 늙고 싶을 뿐이다. 신진작가들 그림을 보는 것과 오디오로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고 하지 않나. 한 번 밖에 못사는 인생인데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syj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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