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경제의 최종 버팀목은? 결국은 수출이다. 과거 경험상 한국은 국내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수출이 흑자 기조를 탄탄하게 유지하면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마지막으로 믿는 구석이 심상치 않은 형국이다. 지식경제부 핵심관계자는 "8월 중 무역수지가 약간 마이너스 또는 가까스로 보합 수준일 것"이며 "올해 전체 수출 물량이 금액 면에서 작년보다 플러스 증가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내수가 꺼지는 이유는 소비 위축도 문제지만 그보다 생산과 투자가 줄어드는 것이 직접적이며 이는 수출 위축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수출이 제 구실을 못해주면 올 성장률은 무디스 등의 전망대로 2.5%대로 주저앉을 전망이며, 일자리 창출이 요원해지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분야의 갈등도 극대화될 것이다.

가장 핵심인 수출에 위기감을 느끼자 정부가 무역, 세제, 금융 지원 측면에서 고단위 처방전을 내놓고 총력전에 돌입하고 있지만 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렵다.

수출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수요에 달렸는데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러 경로로 한국경제 호(號)에 깊고도 넓게 타격을 주고 있다.

유럽 여파로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회복되지 못하고, 중국의 성장도 지난 7월 수출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 증가에 그치는 등 전례가 없다. 우리의 최대 수출 대상인 중국의 수출이 둔화하면 중간재 등의 수출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유럽의 불확실성은 특히 이 이슈가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도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반기 유럽 일정을 보면 9월 중순의 네덜란드 총선, 이후 독일의 ESM 헌법재판소 판결, EU 재무장관회의 등 모두가 경제가 아니라 온통 '정치'ㆍ'사회' 일정이다.

국내 관료집단과 경제학자들 다수가 미국에서 공부한 '미국통'이어서 미국의 움직임은 감을 잡을 수 있지만, 유럽의 복잡한 정치에 대한 이해와 전망, 분석에는 어둡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 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벌인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에서 조선 28%, 철강 13%, 석유화학이 5.8% 각각 하락할 것으로 봤다. 믿었던 자동차 수출도 지난달부터 감소로 돌아섰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하반기 수출이 4.3% 증가로 상반기 10.4% 성장보다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애플 소송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보호무역과 무역장벽이 특허와 법률문제 쪽으로 확대되면서 무역 전선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장 기민한 금융시장에도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먼저 반영되고 있다. 주식시장에 코스피 2천에 접근하면 '무조건 팔아라', 채권시장도 기준금리의 지속적 인하로 장기금리가 결국 1%대로 간다는 컨센서스가 확산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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