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일반 기업들이 공격적인 파생상품 투자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축산물 유통업체 하림과 그 계열사는 해외 선물ㆍ옵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주가연계증권(ELS) 등 구조화 증권은 기업들의 단골 투자 상품이 됐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의 지주사 제일홀딩스의 연결감사에서 파생금융자산은 지난 2015년 말 4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3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은 주로 계열사에서 증권사를 통해 운용사 또는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파생상품 랩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사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선물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홀딩스는 지난해에만 10억원가량의 곡물 선물에 투자했는데 이중 610억원이 부채로 투자됐다. 이 같은 투자는 2015년까지는 전혀 없었다.

보유 ELS도 1억원 늘었다. 해당 상품은 중국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럽의 유로스톡스(EuroStoxx)50을 기초 자산으로 만든 원금 비보장형 상품이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파생상품 평가손익은 지난 2015년 1억2천만원 손실에서 3억원 가까이 수익으로 돌아섰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영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헤지 목적 이외에 운용사나 자문사를 끼고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하려는 법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림 계열사들의 경우 현물 없이 스펙으로도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일반 기업 중에서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내는 곳으로는 경남 지역의 소주 회사 무학[033920]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소주 '좋은데이'를 생산한다.

무학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갖고 있던 주가연계증권(ELS) 규모만 2천600억원에 이른다. 회사 총자산 6천억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ELS에 투자됐다. 이들이 가진 ELS 종류만도 50여개에 이른다.

이 회사는 ELS를 2015년에만 2천900억원 가까이 들고 있었는데 HSCEI 지수 폭락에 300억원 넘는 손해를 보기도 했다.

이에 규모를 좀 줄였는데 지난해부터 H지수가 반등하고 ELS 조기 상환이 재개되면서 3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익을 얻게 됐다.

또 다른 증권사 법인 영업 관계자는 "일반 법인 중에서 일정 수익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구조화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다"며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유동성은 있으니 투자를 하겠다는 건데, 중수익을 기대하는 기업들은 법인 영업부서에서도 잡으려고 혈안이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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