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앞으로 언제까지 함께할지 모르겠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흔들리지 말고 지금처럼 맡은바 업무를 충실히 해달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직원들과 잇따라 식사 자리를 만들면서 후배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금융개혁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우리은행 민영화, 대우조선 정상화 추진 등 숨쉴틈 없이 달려 온 2년 간 힘들지만 잘 따라와준 후배 공무원들에 대한 격려와 배려를 위해서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의 무게있는 말이었지만 모임 자체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랐다고 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1일 오전 중구 명동 은행회관 16층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시중은행장과의 조차 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진 원장은 "이렇게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다시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물론 최근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추진 과정까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협조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진 원장의 갑작스러운 말에 16명의 시중은행장들은 잠시 머리가 멍했다.

물론 이날 모임은 진 원장이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진 원장은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시중은행들이 강력한 리스크관리를 기반으로 수익성 확대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 간 합의로 자율적 구조조정의 기회를 다시 한번 얻은 대우조선과 협력사에 대해 여신을 마구잡이로 회수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면서 "그 말에 어느 누구도 선뜻 대꾸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진 원장의 말에 비로소 '대통령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구나'라는 실감이 났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은 최근 대선 이후 정부조직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지 좌불안석이다.

이런 가운데 수장들마저 사실상 '임기'가 얼마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금융위의 한 직원은 25일 "금융위 해체와 금감원 분리 등이 다양한 개편 방향이 돌고 있어 내부적으로 뒤숭숭하다"면서 "위원장은 물론 주요 고위 간부들도 이미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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