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당국이 시중은행들의 고배당에 대해 다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 1.4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순익을 거둔 시중은행들이 주주들에게 중간배당 방식으로 이익을 나누는 것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여전히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익을 배당 보다는 유보금 적립 등을 통해 비상 상황에 대비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진 원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럽발 위기 재발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바젤Ⅲ 추가자본의 단계적 시행, 위험가중자산 규제 강화 등 규제환경 변화를 고려해 적정 수준의 자본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는 가계부채 등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상시 기업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당부가 주목적이었으나 중간배당을 검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이와 관련한 금융감독당국의 부정적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장사를 잘했다기 보단 충당금을 덜 쌓거나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일회성 요인 덕분에 순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고배당 자제를 요청한 만큼 (중간배당 결정에) 반영해 줄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배당 자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불안 대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부 유보금을 높이란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배당 적정성 여부 등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법규상 금융회사의 배당에 대해 감독기관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개별 금융회사 이사회에서 결정해 겨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확정되는 구조다.

다만 금감원은 배당 결정이 제대로 내려졌는지 살펴볼 수단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조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B금융·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은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거둠에 따라 금융 수장들도 배당 확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실적이 좋으면 중간배당도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배당성향을 꾸준하게 25%로 높여갈 방침이며, 중장기적으로는 30%로 맞추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올해 창립이후 최대인 4천979억원, 보통주 1주당 1천2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하나금융도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온 만큼 올해도 예년 수준 이상의 중간배당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의 배당정책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기조는 유지하지만 일시적 요인에 의한 순익 증가로 고배당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1분기 중국 화푸빌딩 대출채권 매각으로 1천706억원, 신한금융 신한카드 대손충당금 3천600억원이 이익으로 환입됐고 KB금융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매각해 1천580억원의 일회성 수익을 얻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분한 유보금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금 배당 수준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라고 본다"며 "국내외 환경 변화를 충분히 감안해 배당 수준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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