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가 가격을 크게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어서다.

26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달러 롱심리가 제한되고 있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28.0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35원)를 고려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125.40원) 대비 2.95원 오른 데 그쳤다.

연초 달러화 움직임은 이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 관련 스탠스에 민감히 반응하면서 달러 약세 기조를 이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 달러 강세를 우려하는 발언을 하자 달러화는 큰 폭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 미국 기업들은 그들(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일 1,211.80원 고점을 기록한 달러화는 이후 꾸준히 레벨을 낮춰 지난 3월 28일 1,110.50원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찍었다.

또 지난 1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같은 취지로 발언하자 달러화는 전일 대비 11.70원 급락한 바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미국의 세제개편안을 앞둔 선제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외신을 포함한 국내외 여론을 주목하면서 점차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고 있다. 건강보험개혁법안(트럼프 케어)이 좌초된 이후 트럼프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 법인세 15% 인하, 정부부채 확대보다 감세를 우선시하는 세제개편안을 요구한 상태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세제개편안에 시장이 미리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오던 정책이 협상에 실패한 경우가 많아 미리 롱포지션을 쌓기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각으로 다음날 관련 재료가 가격에 반영될 텐데 뉴욕 금융시장의 흐름을 본 후 포지션 대응하는 게 수순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나오지 않았고, 나오더라도 의회에서 받아들여질지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미국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시장 반응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주요 외신들도 의회 통과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감세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점차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세제개편안도 정치적인 제스쳐 이상으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B은행 딜러는 이어 "세제개편안 발표 자체가 중국의 환율조작국 이슈처럼 선언적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결국 감세안을 추진했으나 의회가 막아서 감세가 어렵다고 설명할 변명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를 달러화 상승 요인으로 보기엔 불확실한 게 너무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만 소통하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도 말이 엇갈리는 등 행정부 내에서도 일관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양치기 소년이 된 것만 같다"며 "정책적 불안에 시장도 점차 내성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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