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대통령 선거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560조' 국민연금기금 관련 공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국민연금의 국공채 매입으로 공공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밝혀 채권 포트폴리오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투명성과 독립성,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 文·安 "국민연금, 국공채 사서 공공투자 하자"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약에서 공공투자목적 국공채인 '국민안심채권'을 국민연금이 매입한 후, 그 재원으로 어린이집, 임대주택 등 공공인프라 투자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민주는 국민연금이 국공채를 매입하면 향후 10년간 총 100조원 투자가 가능하며, 공공투자로 경기 부양과 내수 진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공공투자채권을 매입하면 저금리 기조에 비중이 줄었던 채권 포트폴리오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50%이지만, 오는 2021년말 국내 채권 자산군 목표비중은 40% 내외다.

현재의 국고채 등을 공공투자채권으로 대체해 사회투자채권 매입시 국내 채권 총량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더민주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공약에 국민연금 채권 포트폴리오 비중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국공채 매입으로 4%대의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공공투자 장기채 매입으로 자산부채종합관리(ALM:Asset and Liability Management) 차원에서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의 부채 듀레이션은 약 30년이지만 자산 듀레이션은 5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자산운용 불균형 상태가 심각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문 후보와 같이 56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재정 지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는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청년공공임대주택채권'에 투자해 차기 정부 5년간 청년들에게 25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국민연금기금을 복지에 활용하는 방안은 있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홍 후보는 증세도 모자라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복지에 쓰면 안된다며, 국민연금을 빼서 쓰지 못하도록 '연금 도둑법'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 대선 주자들,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강화 공감

대선 후보들은 '최순실 사태'를 겪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구조를 개편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로 대표되는 비재무적 성과를 분석하고 반영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와 '옥시 사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 등으로 책임투자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 구속 등 '컨트롤타워' 부재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국가재정법에 ESG를 고려한 주주권 행사를 규정하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며, 안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이에 찬성하고 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도 문 후보와 안 후보, 심 후보 모두 국민연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 과정과 이유,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사결정에서 불거졌던 의혹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업 의결권 의사결정에 있어서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금융업계 전반의 의사결정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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