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국제유가가 하락해 배럴당 50달러를 밑돌면서 달러화 방향성을 전망하는 데 셈법이 복잡해졌다. 과거만큼 유가와 달러화 간의 상관관계가 크진 않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간과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5일(현지시간)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56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2월 54.45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로 아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사이 감산 합의 연장이 확실치 않은 데다 최근 미국 원유채굴장비 수와 원유재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 2.4분기 유가 기저효과가 줄어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있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그 정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지연 등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작업도 지체될 공산이 크다.

이는 달러화 하락 재료로 풀이된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26일 "이미 3월부터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 둔화 모습이 나타나는 가운데 유가 하락세가 지속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추세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한동안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그러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대는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며 "6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4, 5월 사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인하면서 컨센서스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가 하락이 심화하면 신흥국 경기 회복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신흥국 경기 회복세에 대해 작년 4분기 이후 의구심이 생기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둔화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유가 하락 폭이 커지면 신흥국 경기 전망과 투자심리 측면에서 우려를 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1분기까지 석유제품 수출이 70% 늘었던 점을 고려할 때 유가가 떨어지면 우리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수 있다"며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유가 관련 기저효과가 줄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당장 미국의 채굴장비와 원유재고 증가를 증산으로 단정 지을 수 없고 드라이빙 시즌을 대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수요가 소화할 수 있느냐를 확인해야 한다"며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배럴당 50달러 수준 정도면 신흥국 경기에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또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뚫는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고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라며 "올해 미국 기준금리 3회 인상은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정도일 뿐 아직 신흥국 통화 강세 여지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미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을 파악할 때 음식료·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라는 점에 비춰 최근 유가 하락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에 수요 측 심리가 약간 둔화하면서 당장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줄었지만 연준 관점에선 아직 일시적 영향으로 보고, 고용 경기를 볼 때 충분히 내수 제반 여건은 견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여건만 나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시장에선 이미 미 금리 3회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으로 세계 경제 선순환 국면에 진입한다면 유럽과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도 크고, 신흥국 경기 반등도 예상할 수 있다"며 "달러 약세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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