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남양유업이 최근 금융자산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반면 유형자산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고 있어 본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2년새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4배 늘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동자산 기준으로 남양유업의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지난 2014년 346억4천25만원, 2015년 609억3천866만원, 지난해 1천555억2천970만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 2년 사이에 약 4배 증가했다.

남양유업은 금융자산을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에서 남양유업이 크게 늘리고 있는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단기간 내 매도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금융자산이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의 평가손익은 기타영업외수익이나 비용으로 반영돼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준다.

남양유업의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단기매매지분증권 437억386만원, 머니마켓펀드(MMF) 452억877만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파생상품 666억1천707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을 대폭 늘린 것은 회사의 자금 운용방침 때문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벌어들인 현금을 금고에 두는 것보다 이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식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형자산 투자·R&D 비용 감소…'회사 경쟁력 약화 우려'

문제는 남양유업 금융투자의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의 평가이익과 처분이익은 각각 12억8천808만원, 3억1천530만원이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의 평가손실은 1천200만원이다. 남양유업이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15억9천138만원의 이익을 낸 셈이다.

남양유업의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규모(유동·비유동자산 합산)가 1천585억1천77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금융자산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을 내면 회사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남양유업이 금융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본업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유형자산 투자와 R&D 비용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양유업의 단기손익인식금융자산 규모가 2014년 346억4천25만원에서 작년 1천555억2천970만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유형자산 규모는 3천346억8천440만원에서 3천195억6천368만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남양유업은 유형자산을 취득하는 데 83억8천555만원을 쓴 반면, 단기손익금융자산을 늘리는 데는 797억7천149만원을 지출했다.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한 R&D 비용도 감소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매출액은 2015년 1조2천150억원에서 작년 1조2천392억만원으로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R&D 비용은 67억7천700만원에서 61억5천200만원으로 줄었다. 매출액 대비 R&D비용 비율도 2015년 0.56%에서 지난해 0.50%로 감소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남양유업이 약 1천800억원을 투자해 2013년 말 전남 나주에 커피공장을 완공했는데,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후 유형자산 투자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 사건'의 여파를 극복한 만큼 금융투자보다 유형자산 투자나 R&D를 통해 본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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