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체계 전환을 위한 청사진이 공개됐다.

롯데그룹은 26일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등 이미 상장된 계열사들을 사업과 투자회사로 분리해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중심으로 합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과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사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이후 지난 2015년부터 롯데는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한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을 천명해왔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대내외 여론이 나빠지자 지난 2015년 8월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 등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된 뒤 롯데그룹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시금 약속을 확인했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출범을 위해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 중심의 합병을 택했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신설 투자부문을 흡수 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하게 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순환출자 해소 등 경영상의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에 분할합병이 결정된 4개 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상호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기준 41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는 현재 67개까지 줄인 상태이며,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순환출자 고리는 18개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분할합병에 핵심으로 꼽히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각각 63개와 54개의 순환출자 고리에 관여하고 있고, 이 가운데 50개를 공유하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끊어지면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투명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주중심의 경영문화가 강화되며, 그간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저평가됐던 기업가치 및 주주 가치에 대해서도 시장의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사업의 분리를 통해 경영효율이 증대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적인 위험과 투자 관련 위험을 분리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자회사의 경영 악화 탓인 모회사의 동반 부실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사업간 분할, 매각, 인수 시 지분구조의 단순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편해진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지주회사 설립 이후에도 호텔롯데의 상장이 남아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 투자회사의 합병으로 지주회사가 세워진다면 호텔롯데가 보유한 지분을 롯데홀딩스에 현물 출자해 호텔롯데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지주회사 영향력에 둘 것"이라며 "이후 호텔롯데 상장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그룹은 현행 지주회사 제도가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수직적 출자구조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따른 유예기간 내에, 잔존 순환출자 해소 등 관련 규제 준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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