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현물시장에서 내리 팔아대는 것도 모자라, 오락가락하던 선물시장에서도 하락 쪽에 베팅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15일 오후 2시 현재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1천703억원,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 6천111계약(금액으로 7천241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 여파로 프로그램 매물이 늘어났고, 코스피는 낙폭을 키워 1,820선까지 후퇴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물시장에서 3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순매도한 금액은 8천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도의 질이 좋지 않다.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개별 종목을 파는 방법, 비차익을 통해 바스켓으로 던지는 방법, 차익거래를 통해 코스피200바스켓을 매도하는 방법이다.

차익거래는 언제든 다시 되살 물량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앞 두가지 방법은 앞으로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로 볼 수 있다.

가장 무서운 비차익을 통한 매도는 아니지만, 외국인은 개별 종목을 일정한 속도로 던지고 있다.

실제 최근 8거래일간 외국인의 개별 종목 순매도는 1조7천400억원에 달했다. 지난주 외국인이 베이시스 호전에 따라 프로그램을 통해 순매수를 해, 같은 기간 외국인의 전체 순매도 규모가 5천800억원으로 크지 않게 보였다. 이른바 `착시 현상'이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는 매수 우위 기조를 보여 주가는 크게 빠지지 않았다. 베이시스를 호전시켜 프로그램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매도 규모도 크지만, 사흘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는 것에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가 그럭저럭 방어한 것은 선물 외국인과 프로그램 순매수 때문에 나타난 착시 현상에 불과했다"며 "문제는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여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외국인이 더이상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선물 신규매수 포지션의 가중 평균 매수 단가는 248이다. 매수 단가가 이처럼 높은 것은 지수가 12월 초 크게 오른 뒤 한동안 고공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3일부터 이미 이 수준을 밑돌기 시작했다. 이날 지수는 237.31을 기록 중이다.

심 연구원은 "지수가 추가 하락할수록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더이상 신규매수 포지션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외국인이 순매도를 시작한다면 최대 여력은 4조8천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베이시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바로 베이시스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외에 투신, 보험 등의 베이시스 데드라인은 -2.06포인트 정도로 추산된다.

선물시장에 깜짝 등장해 외국인과 한 판 대결 중인 기타법인이 이날 4천계약 이상 대규모 순매수로 베이시스 급락을 막고 있어, 현재 베이시스는 -1.61포인트다.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기타법인이 손을 들거나 외국인이 매도 강도를 높이면 언제든 데드라인을 위협할 수 있다.

그는 "대량 매수 후 매도, 매도를 이어가는 기타법인과 외국인의 매도 기조라 맞물리면 베이시스는 급락하고, 이렇게 되면 투신, 외인, 보험 등의 차익프로그램 매도가 폭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유럽계 자금의 이탈로 외국인이 개별종목을 순매도하고 있어 외국인 현물 수급 악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이 지수 하락에 베팅한 가운데, 선물 추가 매도 여력도 높아 지수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sy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