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맞서기 위한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의 금리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빌미로 지난해 말부터 야금야금 대출금리를 올리던 시중은행들은 케이뱅크의 파격적인 우대금리와 가입자 확대 여파로 금리 조정에 대한 휴지기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들은 특히 케이뱅크의 돌풍에 맞서 조직개편에 나서고 비대면채널 상품을 늘리는 등 디지털 금융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2% 예금 재등장…마통은 '제로금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출범을 전후로 시중은행들은 연 2%대의 특판 예ㆍ적금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직장인 월복리적금'으로 최대 연 2.24%를, 우리은행의 '슈퍼패키지 2 적금'은 최대 연 2.2%를 제공하는 등 최근에 찾아볼 수 없었던 2%대 수신 상품이 다시 등장했다.

제로금리 대출도 나왔다.

KEB하나은행은 신용대출 한도의 10%(최대 200만 원)까지 금리 없이 사용 가능한 마이너스통장을 선보이며 케이뱅크의 간편 소액대출에 대응하고 나섰다.

제2금융권도 케이뱅크 돌풍의 여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와 중금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저축은행들은 기존 대출보다 최저금리를 1%포인트 하향해 5%대 중금리 대출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20분 만에 대출해주는 사업자 전용 대출도 출시했다.

증권사들은 비대면 거래의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혜택을 추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비대면 신규 고객에게 축하금 최대 5만 원을 지급하는 가하면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삼성증권도 최초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 3만 원의 지원금과 3년간의 수수료를 면제한다.

P2P 업체의 경우 '최저금리보상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다른 금융회사가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면 이를 보상해주겠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점포유지 비용이 없는 케이뱅크는 시중은행보다 0.3~0.7%포인트 가량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할 여력이 있는만큼, 고객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저축은행과 증권사, P2P 업체 등 전 금융권에 케이뱅크가 촉발한 가격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점포ㆍ인력 줄여라…인공지능이 빈자리 꿰차

케이뱅크의 등장과 함께 시중은행의 영업점포와 인력은 눈에 띄게 줄어가는 추세다.

2015년 말 기준으로 7천278개였던 은행점포는 일년 새 7천103개로 175개나 줄었다.

이는 지난 2002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전체 점포의 80%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은 매년 전직지원제도나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 인력 구조의 슬림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반면 사람을 대신해 비대면을 활용한 영업 채널은 강화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가상의 영업점인 모바일 브랜치를 통해 신규 계좌개설이나 대출 신청을 간소화 하는가 하면,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전용 상품인 '1코노미적금'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중은행 대부분은 모바일로 가능한 전ㆍ월세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구입대출, 환전서비스 등을 앞다퉈 출시했다.

현재 신용대출과 예ㆍ적금만 취급하는 케이뱅크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ㆍ월세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다양한 여신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24시간 365일 어느 곳에서나 고객이 원하는 은행서비스가 가능한 '뱅크 에브리웨어' 시대를 선언하면서, 시중은행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농협은행은 이미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금융봇을 내놨고, 나머지 은행들도 금융챗봇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카카오뱅크 6월 가세…신용카드ㆍ외환송금도 가능

앞으로 방카슈랑스와 직불간편결제, 신용카드, 해외송금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역이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선보일 신용카드는 주주사와 다양한 IT 플랫폼을 활용해 밴(VAN)사를 통하지 않는 결제가 가능하다. 이때 절감되는 수수료는 약 0.5%정도다.

보험 역시 비대면과 모바일 채널을 통해 고객이 내야할 보험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외환송금도 시중은행 대비 송금비용을 크게 줄일수 있다. 오는 6월 영업을 시작할 카카오뱅크는 이미 시중은행의 10% 수준의 외환송금 수수료를 선언한 상태다.

다만 I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3건이 국회에 계류된 것은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오는 6월 카카오 뱅크의 출범을 안정적으로 도모한 다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내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제도적 정비가 완료되는대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인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1~2개의 인터넷전문은행만 시범적으로 인가됐지만 법률이 개정되면 다양한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 금융권 전반의 고객을 위한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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