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현재의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한 영향으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7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4bp 낮은 2.298%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6bp 밀린 1.262%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4bp 내린 2.967%에서 거래됐다.

국채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 기자회견이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평가 속에 유럽 국채 매수세가 강해지자 강보합세로 출발했다.

10년물 독일과 프랑스 국채수익률은 5.8bp와 6.5bp 하락했다.

전일 국채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개편안에 구체 내용이 없다는 실망 속에 10년물과 30년물의 가격이 올라서 마쳤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물가 때문에 여전히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며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포트글로벌증권은 드라기 총재가 테이퍼링에 나선다는 기대가 있었다며 그래서 오늘 독일 국채에 대한 '숏 커버링'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ECB는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제로(0)%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40%로 동결했다.

ECB는 또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올해 말까지 지속하고 경제 전망이 악화된다면 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 회복세에 대한 위협은 감소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ECB의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신호가 아직 없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드라기는 "위험들이 더 균형 잡히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 하강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해외 요인들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물가 전망에 대한 평가가 지난달 회의 이후 바뀌지 않았다며 2014년 중반 이후 유지 중인 경기부양 조치들의 축소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나 설문 조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경기 확장이 계속해서 탄탄해지고 확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강화해준다"고 말했다.

이날 ECB 회의 전 나온 4월 경기체감지수(ESI)가 전월 108.0에서 109.6으로 상승했다. 이는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이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08.1을 상회한 수치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ECB가 6월에는 선제 안내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은행인 LLBW의 우베 브르케르트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4월 결정과 기자회견 내용을 총정리하면 "덜 비관적이다"라며 ECB는 새로운 유로존의 경제성장과 물가 전망치가 나오는 6월에 선제 안내 변경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버딘자산운용의 제임스 애씨는 ECB 드라기 총재 발언은 6월에 일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아무도 속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ECB 정책위원회에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는 ECB가 4월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은 유로존의 근원 물가 상승 부진 외에 프랑스 대통령 선거 위험이 반영된 결과라며 5월 프랑스 결선투표가 문제없이 지나야 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앞으로 나오는 지표가 물가 상승 기대를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ECB는 현재 정책을 지속해서 유지하면서 시장을 실망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낙관론을 뒷받침할 정도로 좋지 않아 국채가는 반등했다.

지난 4월22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증가했으나 소폭에 그쳐 미 고용시장의 개선추세가 유지됐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4천명 증가한 25만7천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24만5천명이었다.

지난 3월 미국의 내구재(3년 이상 사 가능 제품) 수주 증가세가 자동차와 기계류 수주의 감소로 둔화했다.

미 상무부는 3월 내구재수주실적이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1.3% 증가였다.

3월 내구재수주 증가세 둔화는 자동차와 부품 수주가 0.8% 감소하면서 두달 연속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됐다. 3월 기계류 수주도 0.2% 하락했다.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인 핵심자본재 수주는 0.2%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내구재수주는 전년 같은 기간대비 3.4% 늘어났다. 1분기 핵심자본재 수주도 전년비 2.1% 증가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상품수지(계절조정치)의 적자 규모가 전달대비 1.4% 증가한 648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수출과 수입이 둘다 감소했다. 마켓워치 조사치는 647억달러 적자였다.

지난 3월 펜딩(에스크로 오픈) 주택판매가 하락세를 나타내며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으로 시장 개선세가 다소 둔화했음을 시사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3월 펜딩 주택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0.8% 하락한 111.4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WSJ이 집계한 조사치는 1% 하락이었다.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 제조업체들의 활동이 하락했다.

캔자스시티연은은 4월 은행 관할 지역의 제조업합성지수가 전월의 20에서 7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합성 전망 지수도 전월의 32에서 17로 내렸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유가 하락 속에 7년물 입찰에서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오름폭을 높였다.

미국 재무부는 280억달러 어치의 7년 만기 국채를 연 2.084%에 발행했다.

입찰 수요 강도를 측정하는 응찰률은 2.73배를 보였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은 81.7%, 직접 낙찰자들의 낙찰률은 9.5%를 나타냈다.

전략가들은 전일 트럼프 세제안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BNP파리바의 티모스 하이 선임 전략가는 전체적으로 채권시장은 트럼프 세제안에 대해서 매우 침묵했다며 세제안은 구체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략가들은 다음날 나오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주목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분기 1.2%의 연율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기업투자의 지속적인 회복이 고무적이다"며 "기업과 소비 심리 지표가 여전히 높으므로 GDP 성장률이 곧 반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이날 올해 1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8일의 0.5%에 이어 0.2%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 전망치는 1% 성장이다. 전분기는 2.1%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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