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규모는 작지만 강한 하우스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겠다"

20여 년간 외환(FX) 트레이딩 분야에서 묵묵히 터를 닦아온 이성우 DGB대구은행 국제금융부장의 의지는 강했다.









이 부장은 28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지방은행에까지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면서도 '강소(强小) 딜링룸'으로 평가받는 데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든든한 후배들과 탄탄한 조직을 만들고, 그간 시장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왔다고도 자랑스러워했다.

1993년부터 줄곧 딜링룸에서 근무해오면서도 "큰 손해는 끼치지 않았다"며 그 비결이 팀워크(team work)에 있다고 강조했다.

딜링룸 인원이 14명 밖에 안되지만 적극적으로 외부 연수에 참여토록 독려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특히 업무를 분장할 때 주니어 딜러들에 가급적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도록 했다. FX는 물론 채권과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

딱딱한 회의는 가급적 자제한다. 그럼에도 딜링룸 식구들 사이의 의견 교환은 수시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중기 전략적 포지션 구축과 같은 의사결정 시 특히 그렇다. 서로가 중요한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해서다.

이 부장은 "한두 해 실적으로 후배들이 겉멋 드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며 후배들이 초심을 잃지 않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이 본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금융대란의 현장에서 생존하고 지금까지 딜링룸을 이끈 산증인의 증언이라 후배 딜러들에겐 더욱 의미심장하게들린다.



다음은 이 부장과의 일문일답.

-- 변동성이 커지면서 트레이더들의 고충이 심할 것 같은데

▲예전에는 점심시간은 휴장이었다. 점심 휴장 제도가 없어진 이후에도 그 시간대에는 변동성이 죽겠거니 하고 긴장을 풀기도 했는데, 리먼 사태 뒤로 이른바 '도시락 폭탄'이라는 거친 형태의 거래들을 경험한 바 있어 장이 열리는 한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위장병을 달고 사는 딜러들도 많다.

매일 차트 쳐다보고 있다고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장 마치면 눈치 보지 말고 청계천이라도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한다. 평일 음주도 권장사항은 아니지만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 그간의 딜링룸 이력을 알려달라

▲1990년도에 입행한 뒤 서울 쪽으로 발령받아 수출입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전형적인 지점 업무를 했다. 이후 1993년 딜링룸에 들어온 뒤로 중간에 영업지점에서 근무한 3년 반 정도를 빼면 계속해 딜링 관련한 일을 해왔다.감독기관이 동일부서 장기근무와 관련해 사고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매너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어 순환근무를 시키고는 하는데 이력이 그렇게 됐다. 은행권에서도 옛 기준으로 제너럴리스트를 키워왔던 터라 한 분야에서 오래 한다고 전문가로 보는 시각은 최근의 일이다. 2011년 말까지 트레이딩을 했다.

-- 딜링룸 근무 자체가 본인 적성과 무관치는 않을 텐데

▲최근엔 시중 은행들도 트레이딩 파트 인재 육성을 시키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마련됐다. 행내 공모를 통해 선발하기도 하고, 선발 인력은 스스로 원화기도 하고 역량에 따라 장기근무를 하는 분위기다. 감독기관 의견이나 행내 인사 소요에 따른 딜러들 이동시키는 것에 반기를 들지는 못하지만 한두 해 퍼포먼스가 안 좋다 하더라도 기회를 준다면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순환 배치하는 것은 공통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 과거 실적이 좋았기에 딜링룸 장기근속도 가능했을 법하다

▲조직이 잘 해야 돈을 번다. 영업으로 안정적 플로우가 바탕이 돼야 프랍 트레이딩에서도 자신 있게 임할 수 있다. 일부 프랍 트레이딩에 뛰어난 딜러도 있다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이익을 내려면 조직의 기본 수익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이를 위헤 부서 내에서 환율, 금리, 주식, 원자재 등 시장간 분석과 리서치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 조직이 잘하는 비결이라면

▲기본 수익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트레이딩 쪽에서 부족한 성과를 세일즈에서 채워주고, 세일즈에서 부족한 성과를 채권 데스크에서 채워주고 하는 식이다. 결국 수익이 꾸준히 우상향 할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다변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딜러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딜러들을 성장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손익 매니지먼트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날 손해 봤다고 오늘 더 얹어서 만회한다고 이성을 잃으면 안 된다. 손실 보는 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셈이다.

트렌드를 크게 보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장을 잘 알아야 한다. 젊은 딜러들을 외부 세미나나 연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보내 더 많은 얘기들을 듣고 경험하게 한다. 제 잘난 맛에 거래하면 오래 못 간다.

-- 요즘 같은 변동성 예측이 어려운 장에서도 적용 가능한가

▲최근 변동성이 크다고 하지만 IMF 외환위기나 리먼 사태 때에 댈 게 아니다. 그런 위기에서의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시장의 여러 가지 변수들을 부서원들끼리 공유하면서 팀 차원의 전략 포지션을 구축한 가운데 일시적 유행에 그때그때 대응하면 된다. 대신 시장이 한 쪽만 볼 때 미리 반대로 되돌아설 준비도 전략적 포지션 차원에서 한다.

-- 전략적 포지션의 예를 든다면

▲연초 달러-위안 환율이 7.0위안을 찍을 때 시장 심리가 한쪽으로 쏠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위안화(CNH) 하이보 금리가 치솟으면서 자금 조달 쪽에서 몇 차례 애를 먹은 경험을 통해 달러-위안 환율이 당시 많이 올랐으니 트레이더들이 포지션으로 위안화를 만들자고 했다. 그때부터 달러-위안 숏을 구축하고 상관관계 높은 달러-원 환율도 같이 방향을 설정했다. 당시 달러-원 환율도 1,200원을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을 때 방향을 돌린 것이니 일부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결국엔 맞아 떨어졌다.

전략 포지션은 턴오버를 최소화하면서 수석 딜러를 비롯한 FX 데스크 전원의 합의에 따라 엔트리 레벨과 이익 실현 레벨, 스탑 로스 레벨을 미리 정한다. 그러면서 주니어 딜러들도 호흡이 긴 거래, 추세추종 거래를 경험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 아직 방향성이 애매한 시기인데 주목하는 변수는

▲당장은 프랑스 대선 관련 변수가 아무래도 관심이다. 작년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 예상과 달라 당했던 것을 고려하면 준비는 해둬야 할 것이다. 4월에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에 앞서 시장이 집중했다가 아무 일 없이 넘겼지만 10월에도 환율보고서는 나온다. 계속 변수가 이어지는 셈이다.

-- 대구은행의 플로우는

▲주로 대구지역 수출입 외환업체 실물량에서 나온다. 예전보다는 FX 물량이 줄었다지만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어 지역 업체들과의 거래 관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대구은행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존 고객들과 거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또 자산운용사 관련 해외펀드 환 헤지 관련 물량도 FX 거래에 중요한 한 축이다.

-- 후진 양성에도 고민이 많을 듯싶다

▲국제금융부라는 조직이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을 내려면 그 부분이 제일 과제라 보고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예전에 주니어 딜러로 매일 출근해서 하는 일이 달러, 스털링, 마르크화 하이(high)·로우(low) 수치를 모눈종이에 표시하고 막대자 대고 그리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었지만 숫자에 탐닉하는 것부터 배운 것이다. 구시대적 도제 교육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손익 관리에 습관이 됐다.

그때 방식으로 때로는 '꼰대'를 자처하며 공부시키고 잔소리도 많이 하는데 '나중에 다 네 것이 된다'고 얘기하면 후배들도 잘 따라와 준다. 외부 금융연수원 등에서 하는 외화·채권 관련 실무 강연이 있으면 무조건 보내려고 하는데 연수생이 3~4명씩 빠지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불가피 인력을 빼고는 연수를 보내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하는 편이 오래 갈 수 있다.

스스로 충분히 공부하고 아는 상태에서 포지션을 잡고 손해를 보면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양가 없는 뉴스만 따라서 초단타 거래에 치중하다가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딜링 관련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시장에 맞서지 마라', '막연한 희망은 금물이다' 등의 격언은 유효하다. 대다수 딜러가 프라이드나 개성이 강하다. 자기가 포지션을 잡으면 그대로 될 것 같지만 시장에 순응하는 쪽이 더 실적이 좋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경험을 쌓게끔 하려 한다.

예전만큼 정보의 비대칭성도 많이 없어졌으니 경쟁하는 데는 큰 은행이나 우리나 똑같은 환경이다. 그런 면에서 직원들 트레이닝할 때 멘탈(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루 손해 봐도 깨끗이 잊고 다음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끔 해야 한다.

-- 앞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비교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축구에서 메시 정도가 되면 팀을 이끌 수 있을지 몰라도 딜링에선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트레이더들 스스로 축적된 노하우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는데 잘 전수해가면서 조직력을 다지는 데 더 신경을 쓸 생각이다. 지방은행으로서 알게 모르게 핸디캡이 있는데 조직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 작지만 강한 딜링룸을 만들려고 한다. 밑에 직원들이 잘 해서 실적내는 것이라고 임원들도 항상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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