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등 사실상 오너일가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1년 사이에 63% 급증했다. 제일홀딩스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 뒤 주식분할을 한 결과다.

향후 제일홀딩스의 기업공개(IPO)로 오너일가는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홀딩스의 자본감소와 주식분할로 발행주식 총수가 약 10배 늘어 공모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너일가의 자산가치 증가로 이어진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의 합병을 추진할 때 오너일가가 더욱 유리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너일가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높아진 만큼 합병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오너일가의 제일홀딩스 지분율 15.49→78.92%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한국썸벧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은 1년 사이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015년 말 김 회장과 한국썸벧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각각 8.14%와 7.35%였으나, 작년 말 기준으로 김 회장과 한국썸벧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각각 41.78%와 37.14%로 상승했다. 1년 동안 주요 주주의 제일홀딩스 합산 지분율이 15.49%에서 78.92%로 상승한 셈이다.

하림그룹은 '김준영씨(김 회장의 아들)→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돼 있다. 그룹 내에서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지주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하림그룹의 지배구조가 옥상옥(屋上屋) 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김준영씨가 올품 지분 100%를 갖고 있고, 올품은 한국썸벧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과 한국썸벧은 제일홀딩스 지분 78.92%를 들고 있고, 제일홀딩스는 하림홀딩스의 최대 주주(68.09%)다.

김홍국 회장과 한국썸벧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63.43% 상승하면서 오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이처럼 오너일가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크게 오른 것은 제일홀딩스가 지난해 말 자본감소와 주식분할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제일홀딩스는 지난해 11월 1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감소와 주식분할을 하기로 결의했다. 먼저 보통주 508만8천731주 중 408만1천991주를 무상으로 소각했다. 자사주인 408만1천991주만 무상으로 소각해 김홍국 회장 등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량은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본감소 과정에서 김홍국 회장과 한국썸벧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상승했다.

이후 제일홀딩스는 액면가 5천원의 보통주 1주를 액면가 100원의 보통주 50주로 분할하는 주식분할을 했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가 50배 증가해 5천33만7천주가 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자사주를 소각해 오너일가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보면 주식분할 이후 오너일가가 일부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지분을 얼마에 매입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오너일가, 제일홀딩스 IPO와 합병 시 유리할 듯

제일홀딩스가 자본감소와 주식분할을 단행하면서 오너일가는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홀딩스가 IPO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홀딩스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시장에선 제일홀딩스가 이르면 오는 6월 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홀딩스는 올해 코스닥시장의 대어(大漁)로 꼽힌다. 지난해 연결기준 제일홀딩스의 매출액은 6조1천965억원, 영업이익은 4천507억원, 당기순이익은 3천718억원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일홀딩스의 자본감소와 주식분할로 발행주식총수가 약 10배 증가했다"며 "때문에 오너일가는 제일홀딩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때 더 많은 공모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이는 오너일가의 자산가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합병하는 과정에서도 오너일가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림그룹 고위 관계자는 "하림그룹의 지배구조가 옥상옥 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때문에 제일홀딩스가 상장한 뒤, 하림홀딩스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흡수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의 합병을 추진할 때 오너일가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높으면 유리하다"며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하고 의결권이 많아 합병비율 등을 산정할 때 오너일가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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