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부진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해진 것에 반응해 내렸다가 월말 포트폴리오 조정용 매수세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6bp 낮은 2.282%에 거래됐다.

국채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1분기 GDP 성장률이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돼 하락 출발했다. 한때 10년물이 2.331%로 올랐다.

이미 유럽장에서부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압력 증가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변화 기대가 커져 국채가는 하락압력을 받았다.

유로존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가 에너지 가격 상승 덕분에 전년대비 1.9% 상승했다고 유럽연합(EU) 통계당국 유로스타트가 발표했다.

이는 WSJ의 전문가 조사치인 1.8%와 전월의 1.5%를 웃도는 결과다.

이로써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다시 한 번 ECB의 물가 관리 목표치 2%에 바짝 다가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해 3월 수치인 0.8%를 상회했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시장이 약한 성장률보다는 물가 신호에 더 집중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수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보인 데다 고용비용지수가 예상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이날 나온 지표는 우리가 앞으로 몇년간 점진적인 물가 상승세에 놓일 것이라는 추세를 다시 등장시켰다고 지적했다.

불과 2주전에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예상 밖으로 0.3% 내렸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전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1분기 GDP 전망치를 0.2%로 내린 탓에 시장에 우려가 컸지만 실제 발표치가 나온 후 시장은 안도에 국채를 매도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학 석좌교수는 주택과 상업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기업투자가 크게 개선됐다며 세제개편안 등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정책이 성공리에 시행된다면 투자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손성원 교수는 또 "연준이 GDP 성장률 둔화를 우려해 5월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추가인상 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하지만 "2분기에 경제지표가 개선되면 9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와드 맥캐시는 "개인소비지출이 0.3% 상승에 그쳤지만, 과거에도 2분기 이후에 개선됐다"며 "작년 1분기에 개인소비지출이 2.5% 하락이었지만 4분기에는 11.4% 상승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가지수가 연준의 정책 목표치인 2%에 도달했다"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올해 1분기(2017년 1~3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약한 소비지출 탓에 월가 예상을 밑돌았다.

미 상무부는 1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계절 조정치)가 연율 0.7%라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 초 이후 가장 약한 성장률이다.

WSJ 조사치는 1.0%이었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2.1%는 수정되지 않았다.

1분기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0.3% 증가에 불과했다. 이는 2009년 4분기 이후 가장 작다.

미국인들은 자동차, 냉장고 같은 소비를 줄인 데다 따듯한 날씨로 난방에도 적은 돈을 지출했다. 또 물가가 오른 것도 소비에 악영향을 줬다.

경제학자들은 통상 1분기 성장률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올해 초는 따뜻한 날씨로 유틸리티 생산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1분기 물가는 급등했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연율 2.4%였다. 2011년 봄 이후 최고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연율 2.0%였다.

또 지난 1분기 미국의 고용비용이 임금과 수당 증가로 2007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미 노동부는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0.8%(계절 조정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WSJ 조사치 0.6%를 웃돈 것으로 2007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1분기 고용비용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임금은 0.8% 상승했다.

1분기 고용비용지수는 전년비 2.4% 올랐다. 이는 2015년 초 이후 최고치다.

이후 호조를 보인 지표가 발표됐지만, 북한 문제를 둘러싼 각국 외교장관의 발언이 쏟아진 데다 월말을 맞은 포트폴리오 조정용 매수세가 등장해 국채가 낙폭이 줄었다.

4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시장 예상치와 예비치를 모두 밑돌았지만, 전월 대비 올랐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4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최종치는 전월 96.9에서 97.0으로 높아졌다. 앞선 예비치는 98.0이었다. WSJ 조사치는 97.9였다.

4월 기대지수는 전달 86.5에서 87.0으로 상승했다. 4월 현재 여건 지수는 전달 113.2에서 112.7로 낮아졌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5%로 전달과 같았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도 2.4%로 전달에서 변동이 없었다.

4월 미국 중서부 지방의 제조업 활동이 호조세를 이어갔다.

공급관리협회(ISM)-시카고에 따르면 4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57.7에서 58.3으로 올랐다. 2015년 1월 이후 최고치다.

WSJ의 집계치는 56.4였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가 아니며, 북한 주민들을 위협하거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며 '평화적인 비핵화'에 방점을 찍었다.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과 관계를 맺은 제3자와 단체에 제재를 적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주된 대상인 '세컨더리 제재'를 즉각 이행할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거론하면서 "무력 사용은 해결책이 아니며,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반대했다.

러시아 또한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 경고음을 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이날 미 연방정부의 임시폐쇄(셧다운, Shutdown) 가능성이 없어진 가운데 뉴욕증시 하락으로 낙폭을 더 줄이다 반등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이 이날 1주일 시한의 임시 자금 조달 법안을 통과시켜 연방정부의 부분 임시폐쇄(셧다운, shutdown) 가능성을 막았다.

미 정부는 이 법안의 통과로 5월 5일까지 의회가 예산 합의안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현행 예산안은 28일 토요일 오전 12:01에 마감될 예정이었다.

전략가들은 다음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4월 고용지표가 향후 채권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진단했다.

5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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