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전세가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향후 주택 매매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신호라는 해석과 주택매입에 나서지 못하는 가계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에 하락 전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2일 KB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5.7%를 기록했다. 작년 말 75.4%를 기록하던 전세가율은 올해 들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2월부터 75.7%를 나타내고 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셋값을 매매가격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 비율이 오른 것은 전셋값의 상승세가 매매가격보다 가팔랐다는 의미다.

전세가율 상승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매매가격 상승을 가리키는 선행지표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오른 것은 실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전셋값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매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매매가격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이들은 내다봤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초반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선 이후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가율 60% 공식'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최근 전세가율이 오른 영향으로 주택 매매거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 정책 영향으로 투기수요는 줄어들면서 매매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전세가율 상승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세가율 상승은 소득이 둔화됨에 따라 소비여력이 떨어진 가계가 선뜻 주택 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유효수요가 줄어들면서 향후 주택 매매가격에 하방압력을 가해질 수 있다.

인구 고령화와 주택공급 급증 등에 따른 영향으로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약해진 점도 전세가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진단됐다. 가계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해서 집을 살 이유가 없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실장은 "전세가율이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향후 인구 고령화와 주택 과잉공급 영향 등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당 매매/전세 평균가격, 출처: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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