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4월 자동차판매 둔화와 유가 하락에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1bp 낮은 2.296%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bp 밀린 1.262%에서 움직였다.

30년물은 전장보다 3bp 내린 2.982%에 거래됐다.

국채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개장 초에는 영국의 제조업 지표 호조 영향으로 독일, 영국 등의 유럽 국채가의 내림세를 따라 내렸다. 한때 미 국채 10년물이 2.34%까지 올랐다.

이날 발표된 영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7.3로 2014년 6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예상치(54.0)와 전월치(54.2)를 모두 큰 폭으로 웃돌았다.

영국 PMI는 9개월 연속 확장 구간에 머물렀다.

앞서 그리스가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도 안전자산 선호 세력의 힘을 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영향으로 유로화가 상승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새벽 채권단과의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점에 도달했다"며 "이제 채무 탕감에 관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일시정지) 트윗과 미 자동차 4월 판매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SUV) 수요 감소로 급감했다는 발표에 국채가가 두 차례 반등했다.

트럼프는 "엉망진창(mess) 상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9월 좋은 셧다운이 필요하다"며 "2018년에는 공화당 상원의원 당선자 수를 늘리든지 (의결정족수 비율을) 51%로 변경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은 의회가 올해 9월말까지 운용할 2017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일정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지난 주말 미 의회가 9월까지 운용할 예산안에 합의함에 따라 셧다운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 선호가 강해진 바 있다.

이날 제네럴모터스(GM)와 포드는 4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8%와 7.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7% 줄었다. 도요타자동차도 4.4% 감소했고,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판매량도 11% 급감했다.

워즈오토닷컴은 4월 자동차 재고량이 증가해서 월간 재고량이 4개월 연속 400만 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4년 이래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RW프레스프리치의 래리 밀스타인 헤드는 "이는 미 경제 성장과 소비의 둔화 지표이다"고 설명했다.

뉴욕시의 기업 환경이 호조세를 유지했지만, 전달대비 하락했다.

공급관리협회(ISM)-뉴욕에 따르면 4월 뉴욕시의 비즈니스 여건지수는 전월 56.5에서 55.8로 내렸다. 지난해 10월에는 49.2를 나타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63.8로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리비아 생산 증가 부담에 2% 하락한 가운데 상승세를 지속했다.

힐탑증권은 "유가가 이날 국채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이 47.66달러에 마쳐 지지선인 47.50달러보다 몇 센트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힐탑증권은 이는 에너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경제지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다음날 오후 2시에 결과를 내놓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목했다. 5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예상되지 않지만 6월 인상 신호와 자산 축소 관련 선제 안내가 나올 수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년래 최저치인 0.7% 성장에 그친 데다 제조업 경기도 정점에서 내려서고,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도 3월에 뒷걸음을 쳤다.

자동차판매 둔화와 함께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론도 감소하고 있다. 노던트러스트의 3월말 설문에서 앞으로 6개월간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이전의 55%에서 44%로 감소했다.

스티펠파이낸셜의 린제이 피에그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로 더 약한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1~2년 정도 연간 1.5%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몬드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헤드는 "연준은 경제 기초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금리 인상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호이징턴인자산운용의 레이시 헌트는 전체 통화 수요를 보여주는 M2가 지난달 중순을 기준으로 한 3개월 동안 5.5% 증가해, 지난해의 6.8%와 평균 수준에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M2는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에 따라 변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씨티그룹의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난해 미 대선 이후 처음으로 지난주 말에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다. 3월 중순만 해도 2014년 초 이후 최고치였다.

서프라이즈 지수는 경제지표가 금융시장 예상치와 얼마나 차이를 보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제로(0)는 중립이고 마이너스(-)면 부정적 지표가 많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융여건은 연준의 추가 긴축 명분을 열어주고 있다.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다 미 국채수익률과 달러 가치는 올해 최고치에서 물러섰다. 미 신용물의 국채대비 스프레드도 2014년 이래 최저치에 근접했다.

매카시리서치어소시에이츠의 존 카나반 시장 애널리스트는 미 경제 성장이 일시적으로 주춤거린 것이기 때문에 연준이 6월에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통상 1분기 성장이 비틀거린 후 2분기에 개선됐기 때문에 "연준이 1분기 GDP에 대해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넷웨스트마켓츠의 블레이크 그윈 전략가는 "연준의 위원들은 최근의 지표 부진을 인정해야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를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6월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예상했다.

그윈은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미 국채의 대규모 매도 가능성은 대폭 줄어든다며 10년물 수익률이 2.6% 수준에서 머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크리쉬나 메마니는 연준이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은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자산 축소를 하는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지만 연준은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66% 반영했다.

전략가들은 전일 미 국채가 하락에 일조했던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2분기 GDP 전망치 4.3%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기디스 헤드는 "모든 사람이 오늘 쇼핑을 하지 않는다면 이 수치에 대해서 회의적이다"며 "2분기 성장률은 2~2.5%가 더 적당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타 연은의 1분기 전망치도 초기에는 3.4%에 달했으나 점점 하향 수정돼 최종적으로는 0.2%까지 떨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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