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중앙은행의 출구전략이 생각보다 더디다. 애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주요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신흥국)이 긴축정책을 펼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통화정책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하며 그 자리는 재정 정책이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현재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가파른 금리 인상보다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6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으나 연내 추가 인상은 6월을 포함해 2회에 그칠 것이라는 신호를 은연중에 보냈다. 하반기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란 얘기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은 통화정책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프랑스 대선 결과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에 양적 완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여전히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경기회복을 이유로 출구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신흥국들은 자본유출의 우려가 심각한 나라의 경우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최대한 금리 인상을 늦추며 완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한 채 단기유동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변형된 정책을 쓰고 있다.

쉽사리 출구전략의 발을 떼지 못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내면엔 신중함과 두려움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하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 완화가 전대미문의 정책이었듯이 그것을 되돌리는 출구전략 역시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실행에 옮기기에 앞서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지 신중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만약 양적 완화를 되돌리는 과정에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두려움이 있다. 미국처럼 강력한 경기회복과 정책 의지가 수반된다면 모를까 아직 경기회복의 확신이 없고 글로벌 리스크가 도처에 있는 상황에 용기 있게 출구전략의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나라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완화정책의 되돌림을 너무 늦추면 오히려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은 과거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저금리 체제를 너무 오래 유지하다가 뒤늦게 가파른 금리 인상을 해 금융위기를 유발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긴축을 늦추며 고민하는 각국 중앙은행이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대목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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