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반도체·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업종과 제약·바이오 업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올레드 업종은 수요예측에서 수백대 일의 경쟁률로 기관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보여 공모가가 희망범위를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수익률 차이가 반도체·올레드 업종과 제약·바이오 업종의 희비를 가른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시장에서 반도체·올레드 업종의 수익률은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가장 높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수익률이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IPO 수요예측에서 반도체·올레드는 웃고, 제약·바이오는 울어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공정용 실리콘 부품·소재 전문기업인 하나머티리얼즈는 지난달 12~1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689.9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희망범위(1만원~1만2천원) 최상단인 1만2천원으로 결정됐다.

특히 하나머티리얼즈의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49.73%를 기록했다. 올해 IPO를 진행한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관 투자자가 의무보유를 확약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반도체·올레드 업종에 속한 와이엠티(706.16대 1), 이엘피(527.12대 1), 서진시스템(588.93대 1), 코미코(580.68대 1), 에프엔에스테크(624.02대 1) 등도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체외진단기기 개발기업 아스타는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8.4대 1을 기록해 공모가가 희망범위(1만3천원~1만8천원)를 크게 밑도는 8천원으로 결정됐다. 체외진단기기 제조업체 피씨엘의 공모가도 희망범위(1만500원~1만3천원)를 밑도는 8천원으로 확정됐다. 수요예측에서 6.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탓이다.

임플란트 전문기업 덴티움과 '신신파스' 브랜드로 알려진 신신제약의 공모가도 희망범위를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업종별 수익률 차이가 희비 갈라"

전문가들은 IPO시장에서 반도체·올레드 업종과 제약·바이오 업종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주식시장에서 업종별로 수익률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주도 업종에 속한 IPO 기업의 평균 수익률이 비주도 업종에 속한 IPO 기업의 평균 수익률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정보기술(IT), 소재, 에너지 등 주도 업종에 속한 IPO 기업의 수익률은 47.3%로, 비주도 업종의 수익률(27.9%)을 웃돌았다. 지난 2015년 주도 업종이었던 헬스케어, 에너지, 필수소비재에 속한 IPO 기업의 수익률도 75.8%로, 비주도 업종의 수익률(38.4%)보다 높았다.

올해 주도 업종은 반도체·올레드다. 지난해 5월 6일부터 지난 4일까지 거래소의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67.56% 상승해 모든 업종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기간 2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은행업종 지수는 28.47% 올랐다. 전기·전자업종 지수의 상승률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같은 기간 거래소의 의약품업종 지수는 8.55% 하락했고 코스닥의 제약업종 지수도 12.41% 떨어졌다. 모두 하위권이다.

한 증권사의 IPO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 업종의 수익률이 워낙 낮다보니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보유해도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IPO 시장에서 반도체·올레드 업종이 제약·바이오 업종보다 자금을 조달하기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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