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 당선인은 사회책임 투자원칙에 입각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강화 차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총수일가에 의한 기업 불법·편법 지배 및 상속 방지, 소액 주주들의 이해 관계 침해 방지, 사외이사 임명 등의 사안에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업의 통상적 경영권은 주주권 행사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주주권 행사 원칙 및 기구·절차를 법제화하며, 환경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근로자 권익 옹호 등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반영되도록 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으며, 용역 기간은 5개월로 오는 10월경에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려 했으나 지난해 특검 수사 등으로 사실상 의사결정 시스템이 마비됐고, 국민연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신중을 기해왔다.

이용섭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효성 있게 시행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의 걸림돌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면 금융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되면 다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책임투자가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 과정과 이유,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사결정에서 불거졌던 의혹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지분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소신있게 결정을 내리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전반적인 의결권 행사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기금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수의 지분이 기업을 좌지우지했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연기금이 감시자의 역할을 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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