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연금 공공투자채권 매입 자금을 활용한 공공 인프라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국민연금기금의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미스매치'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단기적으로 국채 포트폴리오 대체로 인한 채권 공급 증가 우려도 시장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 후보는 공약에서 정부가 보육, 임대주택, 요양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공채를 발행할 경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연금이 국공채를 매입해 향후 10년간 총 100조원을 공공인프라 확충에 투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투자로 어린이집과 임대주택 등을 짓게 되면 단기적으로 인프라투자로 내수가 활성화되고, 장기적으로 출산율과 고용률을 높여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사회 균형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출산율과 고용률 상승으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이 공공투자에 나서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이 공공투자목적의 국공채를 매입한 후 임대주택 등에 투자하면, 약 연 2%인 국내 채권 운용수익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4%대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공공인프라 구축은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산부채종합관리(ALM, Asset and Liability Management) 차원에서도 공공투자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급하는 국민연금의 부채 듀레이션은 고령화에 날이 갈수록 늘지만 자산 듀레이션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부채 듀레이션은 약 30년이지만 자산 듀레이션은 5년이 채 안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공공투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다른 연기금에서도 투자에 나서면서 공공인프라 구축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A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투자도 장기로 할 수 있는 공공채권이면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국채에서 공공투자 채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 채권 포트폴리오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채에 투자하는 일정부분을 공공투자채권에 할당하는 방식을 우선 구상하고 있다.

국채 대체가 현실화된다면 장기 국채 중심으로 시장에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금융부문 투자 규모는 564조원이며, 이중 국내 채권자산이 절반인 282조원을 차지한다. 국채는 전체 국내 채권자산 중 약 43%다.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팔지 않고 공공투자채권을 추가로 매집하는 방식을 쓴다고 해도, 국민들로부터 거두는 보험료 금액은 그대로지만 주식이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을 상대적으로 조정해야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B 연기금 관계자는 "공공투자를 하려면 정부가 세금을 걷거나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을 쓰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 연기금 관계자는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국민연금을 통한 공공투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기금이 560조가 넘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시장 영향도 정부가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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