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서 지난해 '최순실 사태'로 홍역을 치뤘던 국민연금의 운용 구조가 대규모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위원회 상시화 및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강화, 기금운용 투자내역 공개 등의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 당선인은 공약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거버넌스를 확고히 해 운용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유명무실화된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시화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권한 강화 등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 당선인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공단에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됐고,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CIO)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때문에 정치적 압력에 취약한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용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왔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고 국민연금공단의 감독과 공단 이사장, CIO 인사 등을 복지부가 관여하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민주당은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 3인 이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나 의결권 행사 일반 원칙 등에 대해서는 전문위원회에서 의무적으로 결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상시화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가입자대표와 공익 대표 등 이해당사자들이 기금운용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다.

민주당의 공약에는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으나 외압을 방지하기 위해 기금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도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예 독립기구로 만들어 외압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금운용 의사결정 과정 및 투자내역, 자산 구성의 세부적 공시 강화도 문 후보의 공약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주인임에도 기금본부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왜 이런 의사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밀실투자'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최순실 사태'로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국회의원실을 통해 공개했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지난 2015년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졌음에도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록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연기금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상당부분 훼손됐다"며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운용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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