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북한 관련 리스크와 유럽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최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달러화가 1,120~1,140원대 레인지 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돌발 변수가 없는 이상 박스권 돌파는 3분기께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11일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가 해소된 이후 달러-원 환율도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시점"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 이슈 등과 맞물린 달러화 자체 강세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리스크온 분위기가 상충하며 1,120~1,140원 레인지에 갇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프랑스 대선과 관련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정당 후보의 당선을 우려하는 시각 등으로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짙었다.

이후 큰 위기 상황 없이 해당 이슈들이 소화되면서 시장 참가자들 시선이 대체로 달러-원 하락 쪽으로 모이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내재된 대북 리스크와 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인덱스 하방 경직성 등으로 연일 레인지 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화 방향성을 찾을 만한 재료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위험 선호가 더욱 강화돼 외국인 증시 자금 유입이 더욱 늘어난다면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당장 그런 모멘텀이 강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지만 대표적으로 중국만 하더라도 경기 회복에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등 신흥국 자산 가격 하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전반적으로 환율이 애매한 레벨"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25일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 회동에서의 감산 연장 여부에 따라 한차례 큰 폭의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예견된 상황이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만약 감산을 연장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진다면 달러화는 하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OPEC 회동 이후 신흥국 중심의 랠리 가능성이 당장 가장 큰 변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이어 "현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화 하단이 지지가 되고 있지만 6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산축소 등과 관련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적 시각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난 3월에 봤던 것처럼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하락세가 강했던 모습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며 그 전까지는 역시 레인지 장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가 확인돼야 달러-원 환율 방향성도 명확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에나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선진국 통화 강세에 따른 달러 약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아직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트럼프 정부 재정정책 경로를 확인할 때까지 달러-원 환율 박스권 흐름이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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