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일자리와 중장기 재정 계획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는 등 경제 전반을 꼼꼼하게 챙기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또 이전 정부에서 경제수석 한 명이 전담하던 역할을 기능별로 복수의 수석이나 보좌관(차관급)으로 분산했다.

부처 위에 군림하던 제왕적 경제수석의 폐해를 차단하면서도,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구현할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은 더욱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다.

◇정책실장 부활…일자리수석·경제보좌관·재정기획관 신설

1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의 정책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우선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됐던 장관급 정책실장이 부활한다. 새 정부 정책 어젠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대통령의 정책보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정책실장 산하에는 신설되는 일자리수석을 비롯해 경제수석과 사회수석이 포진한다.

일자리수석실에는 일자리기획과 고용노동, 사회적경제 비서관이 배치되어 각 부처와 기관에 산재해 있는 일자리 관련 정책을 종합해 점검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또 정책실장 직속으로 차관급인 경제보좌관을 두기로 했다. 경제보좌관은 거시경제의 중장기적인 운용 방향 설정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위회의 간사위원도 겸임한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신설되는 경제보좌관이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도 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경제 현안보다는 장기적인 어젠더 설정을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경제수석실에는 경제정책, 산업정책, 중소기업, 농어업 비서관이 경제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정책실장이 아닌 비서실장 직속으로는 재정기획관도 두기로 했다. 재정기획관은 장기적·거시적 관점에서 국가재원의 배분을 기획하고 점검한다.

김 의원은 "국가의 장기 발전계획에서 예산과 재정이 제일 중요한 만큼 청와대에도 예산과 재정을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그런 기능이 없고 당년도의 각 부처 예산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신설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중장기 재정 계획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서민 주거와 체계적인 도시재생을 담당할 주택도시비서관, 통상 이슈를 전담할 통상비서관, 사회적기업 육성 및 지원 등을 맡을 사회적경제비서관, 균형적인 국토 발전정책을 담당할 균형발전비서관 등이 신설된다.

경제수석실 중심의 경제 현안 담당 기능에서부터 장기적 거시경제 운용방향, 재정 및 예산 정책 수립은 물론 일자리와 서민 주거 등 경제 이슈 전반에 걸친 탄탄한 대응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 정책 어젠더를 보좌하고 지원하는 조직, 일하는 청와대로 가기 위해 조직을 재편했다"고 강조했다.

◇경제수석은 '힘 빼기'…부처 위 군림 안 될 말

청와대는 거시 및 미시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할 비서진을 촘촘하게 배치하며 '일하는 비서실'을 구축했지만, 권한을 분산했다.

경제수석 한 명에게 모든 경제정책 권한이 집중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수석이 경제금융, 산업통상, 중소기업, 국토교통, 농축산식품, 해양수산 등 6개 비서관을 거느리며 경제 관련 부처를 모두 지휘했다.

하지만 새로운 청와대에서는 장기 재정에 관한 사항은 비서실장 직속의 재정기획관이, 중장기 경제정책은 정책 수석 직속의 경제보좌관이 관장하면서 권한이 분산됐다.

일자리 정책 관련 사안은 일자리수석실이 맡는다. 통상비서관도 정책실장 직속으로 바뀌었다.

서민 주택 정책을 주도 담당할 주택도시비서관은 사회수석 산하고, 균형발전 비서관은 정책실장 직속인 등 부동산 정책도 경제수석 업무에서 빠졌다.

경제수석실에는 경제정책, 산업정책, 중소기업, 농어업 등 네 개 비서관만 배치된다.

김 의원은 "과거 경제수석은 경제와 관련된 것은 모두 다 하면서 다른 데서는 다룰 수 없게 했다"며 "그렇게 되면 '상왕'이 돼서 부처 위에 군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에서는)청와대가 부처 위에 군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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