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경제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보였음에도 그보다는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동향이 달러-원 환율에 더욱 중요한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12일 "미국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된 이상 미국 경제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고 해서 달러-원 환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국내 외국인 주식·채권 자금 동향이 최근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사이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올라 0.2% 상승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도 0.4% 상승해 역시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게 나타났다.지난주 실업자보험청구자수도 2천명 줄어 23만6천명을 기록해 시장 전망보다 양호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불투명할 때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로 해석됐다면 달러화도 꽤 큰 폭으로 올랐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표가 양호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진했을 때 달러화 하락 재료로 보는 것은 지난번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 발표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설령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한 차례 더 하는 것에 그치더라도 대차대조표 축소 등으로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는 카드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어 금리에 대한 관심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일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85%로 반영하는 상황이어서 시장은 6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가 연일 사상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바이코리아(Buy Korea)' 분위기가 뚜렷해지면서 미국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둔화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동안 서울환시의 지배적인 이슈였다가, 리스크 해소 국면이 나타나고 대통령 선거를 거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서 이번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자산 투자 열기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사실 최근 글로벌 달러도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반면 신흥국 통화, 그 가운데서도 원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새 정부 출범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완화되는 모습이어서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무거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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