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저물가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진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만으로 과거와 현재의 화폐가치를 비교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실제의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을 정도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9년 월급 명세서에서 당시 1979년 행번 6급 입행 직원(16호봉)의 실수령 월급은 18만4천750원이었다.

총 41만7천원에서 공제금액 23만2천250원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이는 상고를 졸업하고 한은에 입행한 직원의 월급 명세로 정규직원의 급여보다는 다소 적다.

1989년의 한은 월급 수준은 실제 생활물가와 비교하면 꽤 높은 편이었다.

한 한은 관계자는 "당시 한은 월급은 시중은행 중간 이상 정도의 월급이었다"며 "국립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이 약 50만원 안팎이었던 시절의 월급"이라고 설명했다.

28년이 지난 현재, 한은 해당 직급의 10년차 16호봉 월급은 약 267만원 정도다. 총액 기준 6.4배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700원 남짓이던 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약 6천원 정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산정한 화폐가치 차이는 1989년과 2016년이 별로 다르지 않다.

한은은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금값, 쌀값을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2015년을 100으로 본다.

한은 화폐가치 계산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1989년과 2016년의 물가상승배수는 2.703배다. 이를 통해 환산한 금액은 2016년 기준 49만9379원이다.

즉, 1989년에서 2016년까지의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현재의 49만9천379원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28년전 월급 총액인 41만7천원으로 평가해도 현재 가치는 112만7천151원에 그친다.

'신의 직장' 한은이라고 보기에는 현재 가치로 본 월급 수준이 터무니 없이 적다. 즉,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두 시점의 화폐가치를 비교,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이는 다른 기준을 대입해도 비슷하다.

쌀값으로 계산하면 물가상승배수는 1.605배에 그쳐 현재 가치로 환산하더라도 금액은 29만6524원에 그친다. 쌀값 변동률이 크지 않아 낮게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금값을 기준으로 볼 경우에는 그나마 조금 높다. 1989년에 비해 5.18배로 당시 월급의 현재 가치는 95만7천원 정도다.

그렇지만 한은의 화폐가치 산정 기준인 소비자물가, 금, 쌀 등을 전부 대입해봐도 당시 급여는 현재와 비교할 때 현저히 적어 보인다.

한은은 이처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반영한 화폐가치가 낮게 나오는 것은 오랜 저물가 기조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 한은 물가통계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 기조가 1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률로 비교한 화폐 가치가 크지 않은 것"이라며 "반면, 금값은 온스당 1천달러 이상이 유지될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올라 화폐가치가 조금 더 높게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폐 가치 변동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