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해외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패턴이 국내 증권시장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순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의의결권 행사 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해외 연기금들은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외부의 압력에서 자유로웠고, 위탁받은 개별 자산운용사가 전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외 연기금, 의결권 행사 독립성 강화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의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CalPERS)는 캘리포니아 주 헌법 개정에 따라 투자결정에 대한 유일하고도 배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기금을 이용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는 시도를 하자 지난 1992년 캘리포니아 주헌법이 개정되고 연금보험법이 마련돼 캘퍼스에 기금운용 자율권이 주어졌고, 주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캘퍼스는 자체적인 투자정책서를 통해 의결권 행사 기준을 수립하고 있으며, 투자정책서는 내부의 투자위원회에서 채택하고 있다.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는 글로벌 주식 투자 프로그램 내 의결권 행사 전담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997년 연금제도(CPP)에서 분리됐다. 과거 캐나다 연금은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을 같이 운영했으나, 비효율로 기금고갈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위험에 처하자 구조를 바꿨다.

CPPIB의 의결권 행사 기준은 내부 위원회인 '지속가능투자위원회'에서 정하며, 행사 기준에 따라 내부 부서에서 구체적인 의결권을 행사한다.

CPPIB 의결권 행사의 특징은 투자에 있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요소를 고려한다는 점이다. CPPIB는 연기금의 의무가 단순히 주식 매매에 있지 않고 주주 관여를 통해 투자리스크를 축소해 연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네덜란드공적연금(ABP)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탁자위원회'에서 의결권행사 기준을 마련하며,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조직 내부의 S&G팀(Sustainability & Governance)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의결권 행사 결의안의 내용이나 찬성 및 반대사유를 모두 홈페이지와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자산의 대부분을 위탁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는 개별 위탁사에게 맡기고 있다. 위탁운용사 자체적으로 의결권 행사 기준을 정하고, 의결권 행사 결과 등은 정기적으로 GPIF에 보고하도록 한다.

◇국민연금, 외부의 압력에 취약한 구조

반면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 '최순실 사태'에서 나타났듯 외부의 압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이 개별 기업에 의결권행사를 하게 되면 원칙적으로는 기금운용본부가 행사하지만, 찬반의 판단이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고 국민연금공단의 감독과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단 이사장 인사 등을 복지부가 관여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의결권 행사를 포함해 운용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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