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우조선 회사채를 산 채권자들은 여전히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손실 보전을 위한 소송을 준비중이지만, 장기전이 불가피한 데다 회사채 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공동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 중에는 혼자 소송을 준비하는 곳들이 있고, 중소형증권사들은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이라며 현재 법무법인을 선임해 소송을 준비 중으로, 다른 증권사에도 참여 의사를 물어봤다"고 전했다.

만일 승소하게 된다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대한 투자손실금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다.

회계법인들은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부실 회계감사로 인한 소송전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기금을 운영하고, 이 기금에 대해 보험을 들어두고 있다. 현재 보험금은 약 3천억원 정도로, 이를 받게 되면 투자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생긴다.

다만, 소송전이 장기간 걸릴 가능성이 크고, 회계법인이 고의로 분식회계를 방조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기금을 받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위 관게자는 "전문가들이 소송전이 적어도 3~4년, 산업은행의 책임을 묻게되면 길게 1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오래 걸린다. 또 회계법인이 실수로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나와야 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연금도 지난달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한 바 있다.

한편, 채권자들은 회사채 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연합인포맥스 채권 종목 종합검색(화면번호4210)에 따르면 민간 평가기관 3사는 지난 14일 기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4-2의 시가를 채권 발행 액면가 1만원 당 각각 2천547.46원으로 평가했다.

이 채권의 만기는 오는 7월 23일 만기로, 지난달 25일 한국신용평가가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CC로 강등하면서 지난달 25일 액면가 1만원당 4천947.23원에서 또다시 반토막났다.

만기가 그 이후인 대우조선해양의 다른 채권의 시가 역시 액면가 1만원당 2천500원 내외로 평가돼 채권자들은 최대 75%의 충당금을 쌓아야한다.

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투자한 연기금 관계자는 "한국신용평가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등급을 CC로 하향하면서 채권 평가 가격도 뚝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채권자 집회까지 다 끝난 상황이라 일단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채권 가격에 맞춰 충당금을 쌓을 방침"이라며 "손실액이 커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대우조선해양 익스포져는 총 1천352억원이다. 하이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400억원을 갖고 있고, 하나금융투자(300억원)와 유안타증권(241억원), KB증권(211억원), 동부증권(200억원) 순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출자전환한 주식 같은 경우는 거의 못 받는다고 봐야한다. 주식은 0원으로 가정해 충당금을 쌓고, 나머지 회사채에 대해서는 일단 30% 정도 충당금을 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지난 1분기에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 가격의 절반 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향후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해 당장 당기순이익에 큰 부담을 준다. 만기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채권 가격을 액면가의 4분의1 수준으로 평가한 것은 너무 단순한 계산으로, 채권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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