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늑장 혹은 과소 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전문가들이 요구한 각국의 대응 매뉴얼이었다.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것도 모자라 앞다퉈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를 실시한 것도 이런 충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새삼 주목해야 할 위기 대응 매뉴얼이기도 하다.

◇조막손 재정정책은 이제 그만

두자릿수 행진을 거듭하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재정정책이 가장 시급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재정정책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당장 올해 예산안만 봐도 재정정책은 제 몫을 못하는 수준이다. 2017년 예산은 400조5천억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예산도 3% 증가한 수준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대응예산으로 감액추경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수십년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재정정책은 전형적인 과소 대응의 사례로 손꼽힌다. 세수가 부족하면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했지만 조막손 정책만 거듭했다. 지난 2014년 회계연도에는 예산 317조 가운데 291조만 집행하고 나머지 25조원은 집행하지 못해 예산집행률이 92%에 그쳤다. 2013년에도 예산 집행률이 91.9%에 그치는 등 재정의 과소대응이 거듭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책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예고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적자국채 발행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연기금과 외국인 등 다양한 수요자들이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책금리 올리는 미국과 고용상황 좋아진 일본은 과잉대응의 산물

위기 상황에서 과잉대응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과잉대응이 낫다는 매뉴얼을 정책으로 옮긴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달러화를 공중에서 살포하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며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인 미국이 가장 먼저 경제회복에 성공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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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우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일 6,469.95까지 떨어진 뒤 8년만인 지난 3월1일 21,169.11를 찍는 등 3배 이상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Fed가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QE3)를 실시한 결과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과잉대응의 좋은 사례다. 대담한 금융정책 덕분에 아베 취임 직전 달러당 70엔대까지 곤두박질쳤던 엔화는 한 때 125.85엔(2015년6월5일)까지 폭등한 뒤 110~120엔 사이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금융완화정책을 일본은행(BOJ)이 주도하면서 일본경제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일본의 올해 1분기 청년실업률은 4.4%로 전년동기대비 0.4%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우리는 10%로 두자릿수에 진입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잉대응에 나서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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