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의 사임설이 보도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법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EC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달리 집행위원회 모든 구성원의 합의가 있어야 통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즉,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매입을 재개하려면 바이트만 총재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바이트만 총재는 협조적이지 않다.

그는 국채 매입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ECB가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라기 총재는 독일 일간 신문 디 자이트 회견에서 "유로존 안정을 위해 ECB가 역할 한도 안에서 예외적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바이트만 총재에 맞섰다.

급기야 바이트만 총재의 사임설이 보도됐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31일 금융계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만 총재가 측근들에게 사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부의 설득으로 총재직에 남았다고 전했다.

전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도 기독민주당(CDU)의 빌쉬 에밀 의원을 인용해 바이트만 총재의 사임설을 보도했다.

바이트만 총재가 사임한다면 ECB와 이견을 좁히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ECB와 독일과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위르겐 슈타크와 악셀 베버 전 분데스방크 총재 모두 ECB 내에서의 갈등으로 사임한 바 있다.

이 가운데 ECB 관료 대부분이 잭슨홀 심포지엄을 취소한 반면 바이트만 총재가 유일하게 미국을 방문하기로 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드라기 총재와 대부분의 ECB 집행이사들은 미국 방문을 취소했다. 이들은 유럽에 머물면서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정례 회의에 내놓을 국채 매입의 구체적 방안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만 총재가 미국 방문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것은 그가 국채 매입안을 논의하는데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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