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자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일본행이잦아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지난 2000년 이종 산업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한 일본에서 다양한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사례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또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 완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대주주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발달한 일본의 다양한 수익 모델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본 라쿠텐소프트뱅크를 직접 방문했다.

라쿠텐소프트뱅크는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이 지분 100%를 소유한 은행이다.

앞서 일본의 전기회사가 소유했던 라쿠텐 은행은 지난 2009년께 라쿠텐에 인수되며 규모가 급성장했다.

특히 라쿠텐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증권과 보험, 신용카드 등 다른 금융계열사와 연계 영업에서 빛을 발휘했다.

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의 온라인 쇼핑몰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물론 계열사 간 고객 공유를 통해 소호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카드, 외환 송금 등 다양한 업무에서 고객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라쿠텐소프트뱅크의 성공 사례는 인터파크 등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앞서 '아이 뱅크'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던 인터파크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주인공으로 언급되는 유력한 잠재 후보군이다.

라쿠텐소프트뱅크가 빅데이터 기반으로 선보인 저금리 기업 대출 역시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준비 중인 소호 대출 상품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이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시중은행의 관심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이달 초 스미신SBI넷뱅크를 방문 했다.

일본 SBI홀딩스와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SMTB)이 2007년 무렵 설립한 스미신SBI넷뱅크는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중 개인 예금 잔액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이 곳이 선보인 증권 연계 서비스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출시를 검토 중이다.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증권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한일 주요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시중 은행장 사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은 가장 중요한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은행장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상황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며 "이미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인 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더이상 인가가 아닌 영업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은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금융선진국보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 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현행법 개정 이후에나 현실화 되겠지만, 일본의 발전 사례는 국내 은행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 중 하나"라며 "대주주 중심으로 성장한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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