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위원회가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은산분리 법 개정 등 환경 변화로 실리를 다시 따져보는 등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의 국회 통과를 포함한 제3호 인터넷은행 출범 계획안을 담을 예정이다.

지난달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은산분리 원칙론을 고수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입장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은 벌써부터 3호 인터넷은행 사업자 유력 후보가 거론되는 등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우리은행은 K뱅크 주주로서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5년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터넷은행에 도전하려 했지만 KB금융에 밀려 기회를 놓쳤고, IBK기업은행은 인터파크 컨소시엄이 탈락하면서 좌절을 맛봤다.

따라서 이번 3호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구성에는 신한·기업·KEB하나은행이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은행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 1·2호 인터넷은행 추진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한은행 고위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 가능성이 나오고 있지만 큰 틀에서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본다"며 "법 개정이 확정된 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출범 초반 돌풍을 일으켰고 다음달 영업을 시작하는 카카오뱅크는 4천만명에 가까운 고객수를 앞세워 그 위력이 몇 배는 더 클 것으로 본다"며 "현재 은행의 모바일플랫폼, 인터넷뱅킹과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게 과연 맞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 고객이 20만명을 넘었지만 1인당 평균 수신액은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SK텔레콤과 합작으로 하나SK핀테크를 설립해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 참여가 과연 도움이 되는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실대출과 연체율 문제도 인터넷은행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등급 4~6등급이 인터넷은행의 주축 고객이 되고 있는데 대출이 늘어 연체가 나오기 시작하면 심사부, 관리부 등의 조직을 갖출 수밖에 없고 지금 같은 저비용 구조를 계속 가져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체를 줄이거나 채권을 회수할 대비를 하기 위해 인력과 비용을 더 들어야 하는 딜레마게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신규 인터넷은행에 참여할지를 놓고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변화된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다른 방향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